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전격 사퇴로 구성된 두산그룹 비상경영위원회가 1991년 페놀 사태이후 불어닥친 그룹의 최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비상경영위는 유병택 ㈜두산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계열사 사장단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유 부회장은 1969년 동양맥주에 입사, 기획과 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그룹내 전문경영인을 대표하고 있다.
또 동양맥주 사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최근 박용오 전 그룹 회장이 물러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그룹 몫으로 추천되는 등 대외행보를 늘리고 있다.
유 부회장이 이끄는 비상경영위는 총수 일가의 사퇴로 인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가족중심 경영으로 대표되는 그룹 지배구조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비상경영위는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 이후에 사외이사제 강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을 통한 오너 일가의 권한 축소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관계자는 “비상경영위는 박용성 회장이 사퇴하면서 강조한 대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그룹 총수를 선정할 것인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인지,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동거 체제’로 갈 것인지 등 그룹지배구조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상경영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2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일가 4세들이 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과 두산산업개발의 지분을 고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상경영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그룹경영 실무를 책임져왔던 박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두산 부회장과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총수 일가가 수렴청정을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비상경영위가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위의 활동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위의 독립적인 활동 여부도 결국은 오너 일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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