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名匠 솜씨' 비단 두루마기 입어
21개국 정상들은 19일 오후 두세시 경 2차 정상회의장인 해운대 동백섬에 새로 지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마지막 회의와 오찬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기념촬영을 한다. 이때는 주최국의 전통의상을 입는 게 관례로 되어 있다.
부산 APEC에서는 한국의 전통미를 최대한 살린 두루마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 두루마기는 형형색색의 고급 비단을 소재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모양과 색상은 극비사항이다. 유일한 여성인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의상은 별도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EC준비기획단은 지난해 9월부터 전통복식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데 이어 4월에 전국 14개 시ㆍ도 전통의상 전문가들이 제출한 견본품을 엄격하게 심사해 디자인과 문양, 색상 등을 최종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한복 명장들이 비밀리에 제작 중이다. '신이 내린'바느질 솜씨로 각자에게 배정된 정상의 어깨 폭, 키, 팔 길이 등 신체조건에 꼭 맞게 제작하느라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의상 문제에서 가장 애를 먹인 대목은 각국 정상의 몸 치수였다. 21개국에 외교문서를 보내 정상들의 몸 치수를 알아내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 또 7가지 색상으로 제작된 두루마기 중 어떤 색을 택할지도 최근에서야 확정됐다.
■ 누리마루 앞에서 1면용 사진 찰칵
APEC정상회의는 주최국 전통의상을 입은 정상들이 한 데 모인 기념사진 한 장으로 상징된다. 이 사진 한 장이 세계 주요언론의 1면을 장식하게 된다.
의상을 확정한 정부는 이 옷을 입은 정상들이 어떤 장소에서 기념촬영을 해야만 가장 훌륭한 작품이 나올지 고심 중이다. 사진전문가들로부터 그간의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분석, 어떤 배경으로 어떤 각도에서 촬영하는 게 좋은지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누리마루 옆의 숲이나 정자 앞 어느 지점이 배경으로 검토 중이디. 물론 비가 오면 장소가 바뀐다. 준비기획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통의상을 입은 정상들의 기념사진을 수십 번 가상 촬영해 봤다고 한다.
기념촬영 후 정상들은 광안대교와 오륙도가 한 눈에 보이는 곳으로 이동, 바다를 배경으로 보고르 선언(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합의한 무역투자자유화 일정) 이행을 위한 이른바'부산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현수교인 광안대교와 부산의 상징 오륙도는 배경으로서 최고의 소품이 되는 것이다
■ 정상들은 에쿠스, 부인들은 BMW
각국 정상을 비롯한 정부대표단과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호텔과 행사장을 오가며 이용할 공식의전 차량은 이미 공개됐다.
현대ㆍ기아차는 2일 해운대 벡스코(BEXCO) 야외광장에서 열린 'APEC 2005 코리아 공식차량 전달식'에서 국내 최고급 수준인 에쿠스 4.5와 3.5 74대를 비롯해 오피러스, 쏘나타, 그랜드 카니발, 스타렉스 등 모두 227대를 APEC 준비기획단에 전했다. 공식 의전차량은 이외에도 BMW 760과 740 등이 있다. 의전용 차량의 가격만도 총 300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R(Royal)VIP, VIP, 준VIP, 일반 참가자 등 4단계로 나눠 차량을 제공한다. RVIP급인 21명의 정상들은 에쿠스 4.5를, 부인들은 BMW 760을 타게 된다. 각국 각료 등 VIP급과 SOM(고위관료회의) 의장과 대표단장, APEC 사무국ㆍ차장 등 준VIP급에게도 전용 승용차가 제공된다.
공식의전 차량의 이동순서는 경호상 문제로 국가별 알파벳 순서와 역순을 번갈아 사용하거나 수시로 변경한다. 각국의 차량번호는 국명에 세 자리 숫자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일례로 러시아의 의전차량은 'RUS333'식으로 표기된다
■ 청자 도자기·위성DMB폰
각국 정상들을 위해 마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권양숙 여사는 퍼스트레이디들에게 신비로운 빛을 띤 청자계통의 도자기를 선물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도 동백섬과 APEC 로고가 새겨진 고급 넥타이(정상)와 스카프(영부인)를 선물로 준비해 놓고 있다.
부산시는 또 위성DMB폰 500대를 구입해 정상들에게 기념으로 주고 CEO와 내외신 기자들에게는 행사 기간 통화수수료만 받고 임시대여할 예정이다. 이밖에 조만간 출시를 앞둔 APEC 기념주화(원가 2만 6,000원)와 기념우표 등도 선물로 준비됐다.
그러나 이같은 소품 외에 외국 귀빈들이 받을 최고의 선물은 역시 아름다운 부산항과 동백섬, 그리고 부산시민의 따뜻한 환대와 친절이 될 것이다. 물론 반세계화 시위대의 분노에 찬 함성도 피할 수 없는'선물'로 받아야겠지만.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건배酒엔 상황버섯발효주 유력
18일 1차 정상회의 공식 만찬과 19일 2차 정상회의 오찬 때 사용될 공식 건배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우리나라 고유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전통주가 채택될 예정이다.
만찬에서 사용할 건배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건배 제의 후 21개국 정상들이 함께 마시는 의전용 술이다. 지난해 칠레 APEC 정상회의 때는 칠레산 포도주로, 2000년 서울에서 개최된 3차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 때는 선운사 복분자주로 건배했다.
국제외교행사의 건배주로 선정되면 명성이 널리 알려져 매출이 크게 늘기 때문에 주류업계의 신경전이 치열했다고 한다.
현재 포도주 알코올 농도와 비슷한 14% 안팎의 전통주 가운데 부산시가 건의한 신제품인 상황버섯발효주'천년약속'과 경주 법주, 금산 인삼주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천년약속'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술은 지난달 12~15일 열린 APEC상공회의소 총회(ACC)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상들의 만찬과 오찬 때 입맛을 돋울 메뉴는 10종 안팎의 정통 양식코스에 한국의 맛을 풍기면서도 이색적인 메뉴가 가미된 퓨전 한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류호텔 주방장들의 도움이 컸음은 당연하다. 식기류는 도금 처리된 메트로폴리탄과 십장생 등 우리나라 전통문양이 새겨진 자기류가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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