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대기업의 8개 첨단 업종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한 것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의 시급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산자부 허범도 차관보는 이날 “LCD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2위의 숨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행정규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즉 파주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 관련 공장 투자가 규제로 차질을 빚는 것을 막아 LCD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규제 완화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LG그룹은 파주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를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 LG 계열사와 대덕전자의 공장 신ㆍ증설로 2011년까지 총 1조8,200억원의 투자유발 효과와 7,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그룹의 투자내역을 보면 LG전자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관련 7,000억원, 액정표시장치(LCD) TV에 2,000억원, LCD 모니터에 1,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이밖에 LG화학 3,300억원, LG마이크론 2,600억원, LG이노텍 400억원 등 총 1조7,300억원이 투자된다. 대덕전자는 9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 신ㆍ증설에 따라 창출되는 일자리도 7,000개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수도권 지역 공장 신ㆍ증설이 가능하도록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이 가능한 8개 첨단 업종(표 참조)을 신설했다.
정부는 투자의 시급성을 감안, 11월 말까지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신규 산업단지내 공장 신설(LG 계열사)은 2006년말까지 지정을 받은 산업단지 내에서 가능하고, 기존 국가산업단지내 증설(대덕전자)은 2006년말까지 산업단지관리기관과 입주변경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가능하도록 했다. 즉 이번 조치는 2006년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사실상 LG 계열사의 투자를 염두에 둔것이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원료 부품 생산(LG마이크론, LG이노텍 등)에서부터 LCD패널 생산(LG필립스LCD), TV, 모니터, OLED 등 완제품 생산(LG전자)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생산체제를 확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첨단 업종의 경우 수도권에서 입지 여건을 갖추는 게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며 정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다만 신증설 허용 범위가 정보통신 분야에 한정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허용이 지방산업단지의 쇠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다른 대기업들이 8개 업종에서 공장 신ㆍ증설을 요구해올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또 수도권 과밀화 우려에 대해 허 차관보는 “공장이 가동되는 2008년에는 행정수도와 공기업 지방이전 등으로 인해 수도권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신규 인구 유입은 2,000~3,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