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길은 만들기 나름이란 걸 알았지요. 그걸 깨달았을 때 빛이 보였어요.”
10월 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05 미스 지구(Miss Earth) 선발대회’에서 민속의상상과 피부미인상을 타고(한국일보 10월 26일자 A28면 보도) 돌아온 유혜미(23)씨는 1일 이렇게 말했다. 아직 그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유씨는 경기 성남시 계원예고 2학년에 다닐 때까지 8년 동안 발레와 한국무용에 전념했다. 꽤 재능 있는 유망주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공연 도중 오른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무용가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 다시 책을 잡았다. 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해 한때는 사업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다 삶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올 7월 2005 미스코리아 미 입선. 7살 때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카드에 써 줬던 ‘미래의 미스코리아 유혜미’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지원서 한 장 달랑 써서 당차게 뛰어다니며 혼자 힘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이어 이번에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와 어깨를 겨루는 미스 지구 선발대회에서 각 경쟁부문마다 각국 대표 80명 중 당당히 15위권 내에 들며 한국의 미를 뽐냈다.
유씨는 지금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연기자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12월께 무대에 오르는 연극(가제 ‘강남역 네거리’)을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극단에서 매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문소리씨나 고두심씨 같은 연기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 당찬 미녀의 도전이 또 하나의 성공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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