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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진타오 방북의 전략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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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후진타오 방북의 전략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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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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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그를 위시한 중국 4세대 지도부의 한반도 정책이 좀더 정상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4세대 지도부가 북한과의 역사적 유대감이나 혁명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및 전략은 실리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전형적인 사회주의 사고에 기반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보여준 대북 외교 행태가 이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전환해야 할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10월 한 달 동안 후진타오를 포함한 최고위급 지도자 3명을 북한에 파견했다. 9일 북한 노동당 창당 60주년에 맞춰 중국 부총리이자 상무부장인 우이가 방북했으며, 중국 외교부 한반도 담당 특사인 리빈이 18일 평양을 방문했다. 이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을 연쇄 방문한 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부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을 먼저 방문하지 않고서는 남한을 방문할 수 없다’는 중국의 한반도 외교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는 중국이 개혁개방의 성과로 겉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자본주의화가 심화했다고 하지만 중국의 정치, 외교 전략은 여전히 사회주의의 전략적 사고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외교는 여전히 ‘당 대 당’의 외교를 중시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주의 국가와는 이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기타 사회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력이 당에 귀속되고, 당이 모든 국가기관을 영도하는데 기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진타오의 평양 방문이나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당의 최고지도자 자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우리 언론이나 외신에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중국의 인민일보나 북한의 노동신문에는 이들의 공식 직함이 당 총서기, 당 군사위원회 주석, 중앙군사위원장, 국가주석 등의 순으로 보도되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번 후진타오의 평양 방문을 통해 드러난 것은 중국의 대북 전략이 실리 중심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북한에 개혁개방을 꾸준히 설득해 왔고, 이후 양국은 변경무역보다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통해 양국의 경협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우리와 다르게 지역 제한 없이 자유롭게 북한과 경협을 추진할 수 있다. 북한 지역을 구석구석 누비면서 영향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우리의 대북 경협 전략 및 대북 정책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대북 경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의 협력을 구하지 않고 우리 역시 이런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와 중국 간 대북 영향력 경쟁이 경제 분야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협을 포함한 대북 정책을 기존 방식대로 추진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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