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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폐장 19년 표류끝에 경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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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폐장 19년 표류끝에 경주로

입력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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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지원 받나?

19년간 표류해 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사업이 2일 실시된 4개 지역 주민투표에서 경주로 결정됐다. 이로써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쌓아두던 방폐물 처리가 2008년 용량이 포화될 시점을 앞두고 가까스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방폐장 선정 추진 과정은 숱한 주민 반발과 폭력사태로 얼룩져 있다. 이번 방폐장 부지선정도 1986년부터 9번이나 실패한 끝에 맺은 결실이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국책 사업일수록 투명한 행정과 국민적 합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20년 만에 얻은 것이다.

이번 선정과정은 부지의 적합성 뿐만 아니라 주민의 수용성을 최대한 존중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데 동원된 전례가 없는 주민투표제를 도입한데다 투표의 찬성률을 결정 요인으로 삼은 것이 주효했다. 주민 투표를 발의하기 전 유치신청단계에서 지방의회의 동의를 거친 점도 성공 요인이다.

방폐장 유치지역으로 결정된 경주는 당장 내년 초부터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경주를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한다. 이후 경주시가 원하는 시기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제공한다.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이 지원금은 지역개발, 문화시설 확충, 지역주민 소득증대를 위해 쓰도록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지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양성자가속기도 예정구역 고시 후 2개월 내 유치기관을 선정한다. 양성자가속기유치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자체장과 해당 광역지자체장이 협의토록 돼 있으나, 어느 지역이든 방폐장을 유치하면 양성자가속기도 유치한다는 합의가 이미 이뤄진 상태다.

총사업비 1,286억원이 투입될 양성자가속기사업은 생산, 소득, 고용의 유발효과가 각 2조원, 7,500억원,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방폐장이 완공될 즈음이면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게 돼 연 42억원의 지방세수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방폐물 저장사업을 시작하면 연 85억원 수준의 반입수수료가 지원된다.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결과 집계를 토대로 3일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주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한다. 산자부가 연내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고시를 하면 한수원은 과기부에 건설운영허가서를 제출하고 산자부에 실시계획승인을 신청한다.

부처의 각종 안전성 조사를 거쳐 2007년께 승인이 완료되면 방폐장 건설이 시작된다. 방폐장 유형에 대해서는 이미 검토가 끝난 상태로 선정된 부지에 따라 설계가 결정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개표 이모저모/ "해냈다" 경주시민들 환호성

근소한 차이를 보이던 개표 초반과는 달리 중반 이후 경주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자 각 지역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밤 늦게까지 개표장을 지켰던 경주 시민들은 찬성률이 타 지역을 크게 앞서나가자 환호성을 올렸고, 끝까지 경합했던 군산 시민들은 고개를 떨구는 등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과 방폐장유치 찬성단체 지도부가 삭발단식까지했던 경주시는 투표직후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에 불안해 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찬성표가 쏟아지면서 다른 지역보다 크게 앞서나가자 한껏 고무됐다.

타 지역을 멀찌감치 따돌리기 시작한 오후 10시를 넘기면서부터는 경주시청에 신문 방송 등 취재진에다 방폐장 유치를 자축하려는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유치 확정 후 백상승 경주시장은 “30여년 전부터 중저준위보다 수천 배나 위험한 원전과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 온 경주에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 등이 따르는 방폐장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주국책사업유치단 상임공동대표인 이진구 경주시 의원은 “경마장과 태권도공원 유치 실패의 쓰라린 경험이 경주 시민들을 단결하게 한 것 같다”며 찬성률이 높게 나온 이유를 분석했다.

시민 박모(35ㆍ회사원)씨는 “유치에 성공하면 지원금을 갈라먹기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경주를 일굴 수 있는 종자돈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표가 진행될수록 경주시와 격차가 벌어지자 군산시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송풍동 청소년 수련원에서 개표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는데 허망하게 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시민 박노석(51)씨는 “방폐장은 침체한 군산을 살릴 마지막 기회였는데 너무 억울하다”며 낙담했다.

1일 오후 과로로 군산의료원에 입원까지 했던 송웅재 시장권한대행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승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송 권한대행은 “정부의 특정지역 편들기와 반대단체의 활동 때문에 유치에 실패했다”며 “정부는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으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덕군과 포항시는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 였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결과에 승복하며 유치 성공 지역에 5만 군민과 더불어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찬성단체 회원들은 “반대단체가 제출한 선거공보물에 기형아 사진이 실린 채 그대로 발송한 것이 패인”이라며 허탈해 했다. 정장식 포항시장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투표도 끝났으니 이제는 찬반으로 나뉘었던 시민들을 재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 지역의 유치 반대 단체들은 개표가 끝난 뒤 이번 주민투표가 금권 관권선거라며 투표 무효소송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항=이정훈 기자 jhlee01@hk.co.kr

군산=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경주·영덕=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 방폐장 Q&A…0.01%라도 찬성률 높은 곳이 '낙점'

-방폐장 부지 어떻게 선정됐나.

“주민투표 결과를 비교해 0.001%라도 찬성률이 높은 지역을 방폐장 부지로 결정했다. 2일 실시된 경주 군산 포항 영덕의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분의1이 넘고 찬성률이 과반수인 지역 중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선정했다.”

-득표수가 낮아도 찬성률은 유효한가.

“유권자 37만 명의 포항시와 3만7,000명의 영덕군을 비교한다면 포항시가 많은 득표를 하고도 찬성률이 영덕군보다 낮아 탈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사회·정치·법학 전문가를 총동원해 2개월간 논란을 벌인 끝에 찬성률만 따지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원칙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안전성은 안 따지나.

“선정 지역에 대해서는 다시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1년 여에 걸쳐 부지특성조사,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가 8월 이미 사전 부지안전성 조사를 통해 4개 후보지 모두 제척 요인이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 후 무효운동, 행정소송 등으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나.

“주민투표법은 25조에서 행정소송을 통해 투표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규정을 포함했으나 이는 지역 현안에 대한 투표에 한해서다. 즉 방폐장처럼 국책 현안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는 소송이 불가능하다. 단 개표 현장에서 부정 무효 시비와 몸싸움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각 개표소의 선관위원 9명이 즉각 무효 결정을 내리게 되므로 투표결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김희원기자

■ 다른 갈등 사업도 주민투표 부칠까

2일 실시된 주민투표는 19년간 표류한 방폐장 부지선정을 최종 결론지은 ‘황금률’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다른 갈등 현안에도 주민투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는 2004년 7월 주민투표법이 발효된 후 두 번째 실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1869년 독일 바이에른 왕국이 시민투표제를 채택한 후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다양한 현안을 주민투표에 부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시민단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의 대립으로 지연되거나 경제적 손실을 낳고 있는 국책사업도 적지 않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처음 추진된 후 환경단체의 반대로 15년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30개월의 공사 중단으로 빚어진 손실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공사가 중단된 천성산 터널공사도 3개월간 공사 지연으로 6,3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찬반이 극렬하게 맞서는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리 전문적인 환경영향평가나 경제성 분석이 이뤄져도 반대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의견 통합이 어렵다. 이 때문에 주민투표는 정당성을 확보하고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절차로 기대되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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