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벨벳 재킷하면 으레 ‘제비족’을 떠올렸다.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는 어둑한 캬바레, 끈적끈적한 색소폰 소리에 맞춰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하던 그들은 어쩌면 그리 말쑥했는지. 희미한 조명 아래 반들반들 윤 나는 벨벳 재킷은 사뭇 관능적이어서 평범한 남성은 지레 손사래를 치던 품목이기도 했다.
실크와 함께 대표적인 여성용 소재로 일반 남성에게는 터부시 됐던 벨벳(일명 비로드)이 올 가을 남성들을 사로잡고 있다. 메트로섹슈얼 붐을 타고 남성의 외모 가꾸기가 당연시되면서 소재의 제한이 허물어진데다 올해 남성복 유행 경향이 ‘슬림ㆍ광택ㆍ블랙’으로 귀결되는 추세에 힘입은 것이다.
로가디스 그린라벨 디자인실 한희원 실장은 “광택이 고급스러우면서 시즌 유행 색상인 블랙을 가장 짙고 감도있게 표현해 준다는 것이 새삼 부각돼 남성복 브랜드마다 안 내놓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최근엔 패션 상품 전반에 걸쳐 나이와 무관한 감성 소비가 늘면서 젊은 층뿐 아니라 30,40대 중반의 기성층에서도 벨벳 상품에 대한 선호가 급증했다.
벨벳 재킷 중 가장 흔히 보이는 스타일은 무늬 없이 깔끔한 검정색 제품이다. 가장 기본형이면서 클래식한 멋을 내주는 것은 물론 정장이나 캐주얼에도 잘 어울린다.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퍼플이나 와인 색상도 많이 등장했다. 검정색에 비해 벨벳 특유의 약간 바랜듯한 투톤(two-tone)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서 로맨틱하고 섹시한 멋을 추구하는 멋쟁이들에게 걸맞다.
일반 울이나 실크 소재 제품에 비해 원단은 다소 두툼하지만 최대한 날렵해보이도록 실루엣을 강조한 것도 이번 시즌 벨벳의 특징이다. 허리선은 잘록하게 재단하고 V존을 깊이 팠으며 키가 커 보이도록 일반 재킷 보다 단추를 높이 다는 하이 투 버튼(high-two button)을 채용했다.
벨벳은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연출하기가 쉬운 제품이다. 엠비오 디자인실 장형태 실장은 “벨벳 재킷에 다양한 색상의 줄무늬가 든 셔츠나 헤링본 무늬 셔츠 등 독특한 패턴의 셔츠를 받쳐입거나 캐주얼한 넥타이를 코디 하면 정장 느낌을 살리면서 스타일리시한 멋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함께 매치하면 경쾌한 캐주얼로도 제격이다.
벨벳은 원단의 특성상 올이 빠지고 털이 눌릴 수 있기 때문에 심한 마찰은 되도록 피해야한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어깨에 메는 가방. 특히 컴퓨터 가방 등 무거운 것은 어깨 부분의 털이 눌리는 원인이 되므로 되도록 손에 든다. 또 총장(재킷의 길이)이 다소 긴 듯한 것이 클래식한 멋을 내는데 더 효과적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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