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로 예정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임시공동의회를 앞두고 당회장인 조용기 목사의 은퇴 여부에 교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용기 목사는 지난해 초 “교단 헌법에 따라 만 70세가 되는 2006년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 순복음교회 교인들의 은퇴 철회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실제 은퇴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조 목사는 일단 현재까지는 은퇴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목사는 신도 75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단일 교회를 이끌며 지난 세기 한국교회의 급성장을 이끌어온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거취가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든 교단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달 16일 당회원 863명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 당회를 열고 조용기 목사의 시무기간을 연장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50만명 이상의 신도가 은퇴 철회 요구서에 서명한 상태다. 교단 헌법 등에 따르면 담임 목사는 정년이 70세이지만 신도들이 원할 경우 75세로 연장할 수 있다.
순복음교회 측은 “성경 어디에도 주의 종이 연령 제한에 따라 은퇴한 전례가 없다”며 ▦신도들이 조 목사의 지속적인 사역을 원하고 있고 ▦순복음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교단이 창립 50년 만에 대형 교단으로 성장한 데에는 조 목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며 ▦교회가 앞으로도 그의 지속적인 사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은퇴 불가의 이유로 들고 있다.
교회 관계자는 “신도가 싫다고 하는데도 물러나지 않겠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 반대”라며 “세계선교 등을 위해 조 목사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당수 기독교 시민단체 등은 조 목사가 약속대로 70세에 반드시 은퇴하는 것이 교회의 건강성을 지키고 교회개혁을 가능케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한국교회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9월27일부터 조 목사의 은퇴약속 준수를 촉구하는 릴레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구교형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교회가 그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왔지만 그 이면에는 성공주의, 거대주의, 물량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며 “그 정점에 조 목사가 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킴으로써 교회 개혁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순복음교회에서 조 목사가 단순한 교회 지도자 이상의 영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영적 우상숭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은 만약 조목사의 은퇴 결정이 철회될 경우 더욱 강력한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아 침례(세례)를 받은 20세 이상의 신도가 참가, 과반수 찬성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임시공동의회에서는 조 목사의 임기 연장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조 목사가 결정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교회 관계자는 “조 목사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 지금 뭐라고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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