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현규(52) 경기개발연구원장이 3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한씨는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발탁해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인물인데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한씨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손 지사의 연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검찰청사에 나온 한씨를 체포해 돈의 액수와 받은 시기 등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한씨가 지난해 9~10월께 경기 광주시 오포읍 주택조합 아파트 건설사업의 시행사인 J건설로부터 1종 지구단위계획 변경 승인을 받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원을 받고, 판교신도시 납골당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장묘업체 M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가 J건설에서 1∼2억원, M사에서 수억원을 받은 사실만 시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파악한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J건설의 로비자금을 한씨에게 전달한 함모씨도 함께 불러 대질조사를 했다. 검찰은 한씨의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4일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씨는 검찰 출석에 앞서 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오포읍 아파트 건과 관련, 시행사인 J건설을 통해 시공사 P건설의 돈 1~2억원, 판교 납골당 개발 건으로 M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J건설 돈은 개인적으로 썼고 M사에서 받은 돈은 ‘그랜드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조직하는 데에 썼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건넨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한씨가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한 만큼 한씨의 사법처리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방향은 한씨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J건설은 이미 박혁규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2억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정된 바 있다. 이 업체가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외형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져 보이는 한씨에게 4배나 많은 돈을 건넸다는 것은 로비의 최종 목적지가 한씨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경기도내 지구단위 계획 변경의 최종 결정권이 도지사에게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비리 혐의자들이 검찰에 나오기 전에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과 달리 한씨가 미리 언론을 통해 “돈을 받았다. 하지만 나 혼자 썼다”고 공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미리 꼬리를 자르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는 사안은 다르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의 측근 양윤재행정2부시장 청계천 비리 수사와 닮은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손 지사가 연루됐다는 단서는 드러난 게 없다”며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되면 누구라도 수사할 것”이라는 원칙론만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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