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난국 탈출을 위해 서둘러 임시 지도부인 집행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순항을 점치는 의견은 많지 않다. 핵심 현안을 둘러싼 계파간 이견 때문이다. 중앙위 해체, 기간당원제 손질, 상향식공천제 원칙의 수정 여부 등은 계파대립이 워낙 첨예해 ‘3대 뇌관’으로 불린다.
최고의결 기구인 중앙위 해체여부는 내년 초 임시 전당대회를 새판짜기와 연결시키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28일 중앙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동영계인 김현미 의원이 중앙위원 사퇴를 주장해 논의의 물꼬를 텄다. 새로 중앙위를 구성하려면 계파간 세 대결이 불가피하고, 양대 계파인 정동영계와 김근태계의 구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경우 지분 축소가 불가피한 참정연측의 유시민 의원은 “다수파에 의한 쿠데타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해체는 아니더라도 전대에서 중앙위를 새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한 집행위원)는 의견이 확산되는 추세다.
기간당원제는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지금의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동영계와 중도보수 진영은 기간당원의 자격요건 완화와 권한 축소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현 제도로는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기 어렵고, 종이ㆍ유령당원 등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한 의원은 “기간당원수는 4월 전대 때 25만명이었다가 8만명까지 줄더니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50만명을 넘어섰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지난해 8월 열성 당원들의 단식농성으로 기간당원제 완화 움직임을 막아낸 참정연측은 “운영상 일부 문제를 침소봉대해서 창당정신을 훼손하려 한다”며 정동영계 등을 비난했다.
이들이 중앙위 해체 문제에 민감한 것도 “다수파가 중앙위를 해체한 뒤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기간당원제를 무력화하려 한다”(김두수 중앙위원)는 의심 때문이다.
상향식공천제 원칙의 수정 여부도 기간당원제와 맞물려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현행 상향식 공천제에 대해 “지역 토호의 발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인물의 수혈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참정연 등의 저항에 부딪혀 있다.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새 지도부가 이들 문제에 정면으로 맞부딪칠 것이냐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동영계와 참정연측이 대척점에 서 있고, 김근태계는 “당의 권력구조 재편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입장이라 계파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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