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중,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처칠 수상에게 기가 막힌 제안을 했다. 전쟁이 끝나면 미국을 뺀 모든 국가들의 무장을 해제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 제안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지금도 같은 개념의 목표를 꾸준히 추구한다. 유럽은 미국에게 안보의 신세를 많이 졌다.
4억 5,000만명의 유럽이 2억5,000만명의 미국에게 의지했던 안보 대가는 아직 지불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백지 당좌 수표와 같다.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패권을 일방적으로 추구하는 나라와 이해 관계가 일치할 나라도 없다.
몇 가지 전력에서 유럽은 미국보다 우세한 군사기술과 무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무언가를 가진 상대만 미국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독자전력 전차 북한이라는 위협이 사라진 후 한국의 생존전략,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이 미국의 이해와 일치할 것인가? 우리 전략과 그 실현수단으로써의 전력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미 우리 해군력과 공군력은 미국 전략과 뗄 수 없는 연계를 전제로 구축 되고 있다.
지상전력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최소한 우리 나라가 처한 현존 위협과 미래의 잠재 위협을 동시에 고려한 핵심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을
미국에게 영향력을 가지려면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자신의 것이 있어야 한다. 유럽에게서 배운 교훈이다. 그 중에 하나로 한국형 전차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전차와는 기본개념과 운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차는 무섭다. 6ㆍ25 전쟁을 경험한 우리에게 북한군이 앞세우고 쳐 내려오던 전차는 악몽이고 두려움이었다. 아직도 유전인자처럼 늘 현재형으로 우리의 잠재의식에 깊게 뿌리내리고 군사전략과 전력증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규모 정규ㆍ비정규전이 혼재하고 필연적으로 지상군에 의한 지역 점령을 목표로 할 것이다.
곳곳에 배치된 전차가 우리 군사력의 현현(顯現)과 안정의 상징으로 보일 것이다. 이처럼 전차는 우리 나라 지상군 전력의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105mm 포를 장착한 한국형 전차 K-1이 오래 전에 대량 배치되었다. 120mm 포를 장착한 개량형 K1A1도 최근 배치되기 시작했다. 북한은 T-62, T-72 전차를 보유했고 T-80U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우리 전차의 성능이 이들보다 앞선다.
차세대 한국형 전차 K-2가 몇 년 안에 등장할 것이다. 알려지기로는 주변국이 보유했거나 계획중인 어떤 전차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바로 그 K-2 전차의 생존성, 기동성 그리고 화력 3가지 중요한 요소를 점검해 본다.
시나리오 1 - 생존성
우리 전차 중대가 시가지로 들어선다. 적군은 무너진 건물, 골목, 옥상에서 휴대용 대전차 로켓을 겨누며 우리를 기다린다. 어느 골목에는 적의 전차가 우리 전차의 측면을 노리고 숨어 있을 것이다.
오른쪽 건물 옥상, 전차로부터 60도 각도 상부에서 적이 RPG-7 대전차로켓으로 우리 전차를 공격한다. 동시에 그 건물 1층에서도 한발의 로켓이 전차의 측면을 공격한다. 전차 왼쪽 후방 7시 방향에서도 종류를 알 수 없는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됐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일어난 대전차 공격이다.
전차 능동방호체계(APSㆍActive Protection System)는 360도 방어체계이다. 공격을 탐지 추적하는 센서, 위협을 분석하고 대응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컴퓨터, 그리고 대응탄 발사대가 좌 우측에 하나씩 있다.
오른쪽 공격에 대응하여 그쪽 발사대에서 두 발의 대응탄을 위 아래로 자동 발사한다. 전차에서 가까운 위협에 먼저 대응탄을 발사하고 곧 다음 위협에 대응한다. 대응탄 발사대(Launcher)의 각도 전환은 컴퓨터로 자동 제어되며 각 방향의 위협에 정확하게 대응한다.
왼쪽 후방에서 발사된 적의 미사일은 치명적이다. 보통 전차 후면에 엔진이 장착돼 있고, 그 곳은 반응 장갑으로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발사대가 즉각 대응탄을 발사한다.
거의 같은 시간에, 사실은 천분의 몇 초 사이에 왼쪽과 오른쪽에서 접근하던 세발의 공격 로켓과 미사일이 우리 전차의 대응탄들에 맞아 공중 폭발한다. 같은 방향에서 동시에 두발 또는 세발을 발사하는 것을 보면 적군도 이제는 많이 똑똑해진 것 같다.
시나리오 2- 기동성
우리 전차대대에게 목표지점 A를 적군보다 먼저 점령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며칠 동안 벌인 작전으로 3대의 전차는 트랙이 벗어지거나 끊어졌고 또 한대는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 A지점까지 거리는 35km. 전 속력으로 주행하면 반시간 조금 더 걸릴만한 거리다. 즉시 4 대의 전차를 남겨 놓고 출발한다.
이동 도중에 적 전차와 마주칠 수도 있고, 개활지를 통과할 때 적 화력의 집중 공격도 예상된다. 깊이 1.5m의 냇물도 건너야 하고 진흙투성이 논도 지나야 한다. 철근 시멘트 구조물도 넘고, 마을을 지나갈 때는 가파른 비탈길을 지그 재그로 통과해야 한다.
전차의 기동성은 추진기관 및 동력전달체계 그리고 트랙과 현수장치에 달려있다. . 지 추진기관, 즉 엔진을 보자. K-2의 경우 국내 산ㆍ학ㆍ연 합동으로 신형 1,500 마력 디젤 엔진을 개발하기로 결정됐다. 엔진 문제가 해결돼 K-9 자주포 수출 때 경험했던 장애가 전차 수출에는 없어져 다행스럽다.
기동성에서 또 하나 핵심적 요소인 트랙. 이 부분은 우리 전차나 자주포의 취약점이다. 트랙이 자주 벗어지거나 절단된다. 트랙에 구조적 결함이 있어 수명이 다른 나라 전차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에도 미달하고 심지어 지그 재그 운전도 불가능하다.
전투 중 트랙이 절단돼 움직이지 못하면 즉시 적의 집중 공격을 받아 3-4명의 병사가 생명을 잃고 전차는 파괴된다. 치명적 결함이다.
현대의 전차는 각종 정밀 전자 장비를 탑재한 첨단 병기이다. 기동 중에 사격도 해야 한다. 그런데 기동 때 트랙의 구조로 인해 심한 진동이 발생하고 정교한 전자장비의 성능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기동의 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 기갑 병과 장병들의 바램이다.
무기체계 중 일부 구성품의 성능 미달로 체계 전체의 성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경우는 전차 트랙만이 아니다. 방위산업 육성 및 국산화라는 명분아래 경쟁을 배제한 방위산업정책이 시행돼왔다.
특히 시행중인 전문화 계열화 제도의 필연적 결과로 지적된다. 2006년 초에 발족되는 방위사업청에 대해 군 수요처의 기대가 크다.
시나리오 3 - 화력
개활지에서 벌어지는 전차 대 전차의 전투. 우리 전차의 사정거리가 더 길고 탄약의 성능이 월등히 우세하므로 여유있는 교전을 벌인다.
K-2에 장착되는 55 구경장 120mm 할강포는 우리 기술로 개발됐다. 우리 전차 탄약의 관통성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의 개발이 끝난 신형 추진제로부터 얻는 탄속 증가는 관통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전차의 개발과 탄약의 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 추세인 둔감탄약(IMㆍInsensitive Munition)을 채택하고 추진제 충진화약 및 소진탄피(CCCㆍCombustible Cartridge case)등이 이에 합당해야 한다.
겨울 소나무
고 uzzle Velocity)우리나라가 겪은 분단, 전쟁, 그리고 반 세기 넘는 대립의 고통이 아름다운 노래로 피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그 전쟁과 고난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논어 자한(子罕)편에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추운 겨울이 된 뒤에야(子曰歲寒然後),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知松柏之後彫也)'고 말씀하셨다” 본래 뜻과는 약간 다르지만 위험 앞에 섰을 때 전쟁과 고난을 겪은 민족과 그렇지 않은 민족의 다름이 나타난다고 해석하고 싶다. 해마다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푸르름을 잃지 않는 민족이 특별하고 다를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는 우리의 역량, 능력, 미래에 대한 의지를 실현하고 한(恨)으로 그리던 평화를 우리 손으로 실현해야 할 운명적 장소이다. 평화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가? 고난을 겪은 민족이 엮어 나가는 전쟁과 평화의 역사, 그리고 고난 극복의 노래는 평화의 노래가 되어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 전차에 필요한 능동방호체계 성능
1. 전차의 상부에 대한 공격에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 적군은 건물 옥상에서 전차의 취약 부분인 포탑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2. 동시에 같은 방향에서 여러 발 발사되는 대 전차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3. 대응탄에 의해 아군 병사나 차량, 전차가 손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4. 대응탄 발사의 충격으로 우리 전차에 장착된 정밀전자장치가 손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5. 전차의 측면뿐만 아니라 전 방위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6. 운동에너지 관통탄을 방어하도록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윤석철객원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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