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주, 군산, 영덕, 포항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가 치러진다. 이번 투표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4개 지방자치단체가 최종적으로 주민들의 뜻을 묻는 법적 절차이다.
방폐장 부지 선정 사업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6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지역이 후보부지로 검토되는 과정에서 정부와 환경단체 간, 그리고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빚어온 대표적 국가 갈등과제로 표류해 왔다. 국민과 정부 모두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참으로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허사는 아니었다.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진통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더는 이 문제를 소모적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 후 핵연료는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치 지역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보장하며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부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3월 제정되어 전반적인 부지선정 과정이 법으로 보장되었다.
정부는 국민적 동의와 주민의 신뢰를 얻고자 특별법 제정 이후 절차 공고, 유치 신청을 거쳐 부지 적합성 평가 및 주민투표에 이르기까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벗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4개 지역에서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방폐장 유치를 위해 열띤 찬반 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이 지역 경제발전 전략과 맞물리면서 유치를 위해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8일 마감한 부재자 신고접수 결과 부재자 투표 신고비율이 과거 다른 선거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결과를 보이면서 환경단체 등은 관권, 금권 선거라고 규탄하는 한편, 주민투표제를 부인하고 진행 절차를 중단하라는 주장까지도 했다.
주민투표제는 지역의 현안에 대해 그 지역 주민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여 결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 되도록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재자 요건을 완화하고, 투표 사안에 대해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게끔 하는 등 여타 공직선거와는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방폐장이라는,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을 마냥 부정적으로 치부하고 주민투표의 의미를 폄하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주민투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정부가 간과한 것은 아니다. 설명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 주민들이 방폐장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정부는 공정한 절차 관리자로서 유치 신청 지자체들의 공정 경쟁과 투표 결과 수용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도 공정한 투표관리 및 위법사례 감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투표를 하는 4개 지자체와 주민께서도 법과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정하게 찬, 반 투표를 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사회적 갈등과제를 해결한 모범사례를 만들어 지방자치 10주년을 맞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