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 된다.”
중국산 김치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각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김치 문제가 통상 마찰로 비화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의 경계선을 언급했다. 김치라는 단일 식품의 안전 문제로 한정돼야지 다른 품목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은 이럴 수밖에 없다. 한중간 교역규모는 올 9월말 현재 8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1,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김치 문제가 불똥이 돼 무역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양국 교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뿐 아니라 중국측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대 중국 직접 투자규모에서 1, 2위를 다투는 국가다. 중국은 한국을 가장 우호적인 교역국 중 하나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국이 한국이라는 친구를 잃고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신봉길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중국 정부도 김치 파동이 식품 안전 차원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갖고 있다”고 전했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중국 언론들이 감정적인 대응을 삼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중국산 김치 문제가 총체적인 무역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치 파동의 전말을 꼼꼼히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체면을 배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한국 정부와 언론들이 잇달아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중국산 식품과 제품이 3류로 매도되는데 감정이 크게 상해있다”며 “한국의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올 7월 중국산 장어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는 정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를 꼽을 수 있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중국산 장어를 수입하는 일본 정부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발표를 했지만 적절한 수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해 중국 내 반한감정을 키웠다.
아울러 수입 식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에는 나서지 못하면서 땜질식으로 일관하는 현 수입식품 관리 체계도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의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들은 직원들을 현지 공장에 파견, 배추 구입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공정에 걸쳐 철저한 위생 관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문제된 중국산 김치의 제조업체 상당수를 한국인들이 경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허점은 분명 부끄러운 대목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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