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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천재 따라잡기] 존 템플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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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천재 따라잡기] 존 템플턴

입력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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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부자와 고매한 인격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유명한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운용하는 존 템플턴(93)은 그 두 가지를 겸비했다고 인정 받는 흔치 않은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으면서도 도덕적 삶의 자세를 강조하고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템플턴은 ‘가치투자’ 신봉자이다.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처럼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 제 값에 팔 때까지 장기 보유하는 투자원칙을 고수한다.

하지만 투자 지역을 미국에서 전세계로 넓혔고, 특히 각각의 지역에서 ‘극단적인 비관론이 지배하는 시기’에 집중 투자했다는 점, 시장에 이미 알려진 우량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중ㆍ소형주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구별된다.

그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상사에게서 1만 달러를 빌려 주당 1달러 미만인 104개 기업의 주식을 모두 100주씩 샀다. 전쟁으로 주가가 폭락한 상황이었지만 전후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템플턴이 당시 주식을 사들인 기업 중 34개사는 도산 위기였다. 그러나 4년 뒤 사라진 기업은 4개에 불과했고 투자금은 4배 이상 불어났다.

이렇게 모은 종자돈으로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그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저평가 중ㆍ소형주를 매입해 4년 가량 보유한 뒤 그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고객 자산을 크게 불렸다. 그의 날카로운 투자 감각은 60년대 일본과 외환위기 때 아시아 국가에 대한 투자 성공으로 이어졌다.

일반 펀드는 대개 시가총액 비중과 비슷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비중 조절을 통해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템플턴이 54년 시작한 ‘템플턴 그로스 펀드’는 시장과 관계 없이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펀드는 미국의 400개 주요 펀드를 장기간 조사한 결과, 상승장에서 20위 이내, 하락장에선 5위 이내를 꾸준히 유지했다.

템플턴은 미국의 월가나 영국 본토가 아닌, 영국령 바하마제도에 머물며 투자를 했다. 쏟아지는 뉴스와 루머, 그럴 듯한 투자 조언 등에서 벗어나야만 오히려 객관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워런 버핏도 이 같은 이유로 월가가 아닌 오마하에 머무른다고 한다.

템플턴은 현재 직접적인 펀드 운용에서 손을 떼고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삶은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범답안인 듯하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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