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자임해온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최근 지도부 사퇴 파동을 거치면서 당내에 쌓여 있던 ‘반(反) 유시민’ 기류가 더욱 진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도부의 재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말 바꾸기’ 논란이었다. 유 의원측이 지난달 26일 오전부터 “전패할 경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겠다”고 해놓고,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의 ‘문희상 체제 유지’ 입장이 알려지자 “당장의 지도부 사퇴는 무책임하다”고 식언(食言)을 했다는 것. 한 중도파 초선 의원은 “많은 의원들은 ‘유 의원의 무책임한 대통령 추종주의가 당을 망치고 있다’며 반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 의원에 대한 당내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정동영계와는 17대 총선 공천 때부터 악연이 시작됐고, 중도보수 진영과는 국가보안법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마다 감정적 앙금이 쌓였다. 같은 친노직계인 국참연대와도 4월 전당대회를 치르며 남남이 됐다.
당직자들에게 “소련 공산당의 노멘클라투라처럼 특권계급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동료의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는 등 잇따른 독설은 그의 품성에 대한 정서적 반감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작은 탄핵을 당했다”고 했다가, “소신껏 목소리를 내는 게 탄핵이냐”(한광원 의원)는 등 역풍을 맞았다.
유 의원은 다시 한번 기간당원제 카드로 입지확대를 모색할 태세다. 사실 그의 당내 입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기간당원제다. 지난해 정동영계가 주도한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 시도와 4ㆍ30 재보선 참패 후 상향식 공천제 수정 움직임을 ‘창당정신’을 명분으로 막아내 정치적 위상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번에도 “정동영계 초선 의원이 ‘기간당원제를 하려면 나가서 하라’고 말했다”며 논란의 불을 지폈고, “정동영계가 중앙위 해체를 주장하고 김근태계도 동조했는데 이는 다수파의 쿠데타 음모”라는 격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당내 다수파와 대척점에 세움으로써 기간당원제를 축으로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또 한번 정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동영계와 중도보수 진영의 태도가 이전보다 훨씬 단호하기 때문이다.
그간 암묵적인 협조관계였던 재야파에서도 최근 그에 비판기류가 강해졌고, 참정연 내에서는 “우리는 유 의원의 들러리가 아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게다가 다수의 중도적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데다, 거듭된 종이ㆍ유령당원 논란 때문에 이전과 달리 밑바닥 당심(黨心)도 유 의원에 대해 우호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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