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이홍철 부장판사)는 31일 “허위 재무제표를 믿고 돈을 빌려주고 지급보증을 했다가 부도가 나 손해를 입었다”며 제일은행, 서울보증보험, 한국산업증권 파산관재인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부자 등 당시 한보철강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 등은 회사 자금 횡령 등을 은폐하기 위해 1994년도와 95년도 재무제표의 분식 결산을 지시ㆍ 승인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고들이 허위 재무제표를 믿고 대출해줘 손해를 입은 만큼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보철강은 94년 당기순손실 1,463억원을 493억원으로, 95년 3,761억원을 172억원으로 분식회계했고 97년 부도가 났다. 제일은행은 이 탓에 대출금 등 3,000여억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서울보증보험은 대위변제금 973억여원, 한국산업증권은 대위변제금 200억여원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제일은행 등이 한보철강의 재무상황이 대출 또는 지급보증 대상으로 부적합함에도 비재무적 상황 등을 높이 평가한 과실이 있는 만큼 정씨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한다”면서 “정씨 등은 제일은행에 2,168억원, 서울보증보험에 681억원, 한국산업증권에 144억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원고가 청구한 대로 제일은행과 서울보증보험에 각 10억원, 한국산업증권에 5억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판결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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