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이번 개각과 자민당 인사를 ‘개혁 총결산 인사’라고 이름지었다. 또 새로운 내각에 대해서는 ‘개혁 속행 내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인사를 통해 ‘포스트 고이즈미’와 측근, 실력파 인사 등을 총 동원해 임기 내 개혁을 완결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이들의 개혁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상식적으로는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대통령처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상황이 인상적이다.
개혁의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인사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고이즈미 개혁의 선봉이 될 총무성 장관에 우정개혁 등 각종 개혁을 위해 함께 싸워 온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 장관을 임명했으며,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성 장관을 유임시켰다. 자민당내 정책통인 요사노 가오루(謝野馨) 정조회장을 금융ㆍ경제재정 장관으로 발탁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를 내각으로 끌여들였다. 또 중의원 우정민영화 특위에서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총무국장에게 경제산업성을 맡기는 등 측근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자민당 쪽에는 자신에 대한 충실한 지지자인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과 당내 우정민영화법안 승인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구마 후미오(久間章生) 총무회장을 유임시켰다. 여기에 측근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국회대책위원장에게 정조회장을 맡김으로써 개혁 추진을 위한 당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히 했다.
‘포스트 고이즈미’의 인사 행방과 함께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흥미를 끌었던 것은 과연 고이즈미식 ‘깜짝 인사’가 이루어질까 하는 점이었다. 이날 인사가 발표되기 전까지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외무성 장관을 겸임한다든지, 5명의 여성 각료가 탄생한다는 등의 하마평이 무성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보다 깜짝 인사가 없었던 ‘준수한 인사’가 됐다. 여성 각료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환경장관과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 남녀공동참여 장관 등 2명만이 발탁되는 데 그쳤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