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 대국 베네수엘라에 사회주의 경제 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고 차베스(51) 대통령이 21세기 자본주의 특징인 자유시장체제에 맞서 베네수엘라의 경제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차베스 대통령이 ‘21세기 사회주의’를 내걸고 베네수엘라를 다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베스는 19세기 남미 독립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계승, 자주적 민중국가 수립을 내세우며 1998년 대통령으로 당선한 후 남미 좌파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차베스식 사회주의 경제혁명의 특징은 국가의 직접관리로 요약된다. 비생산적인 민간기업을 압류, 정부 직접 관리 하에 운영하도록 하고 공공기업을 최대한 많이 설립해 일자리 늘리는 정책이다. 뉴욕타임스는 “차베스는 6,840개 공공기업을 설립, 21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그는 경제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베스는 토지 정책에서도 규정에 맞지 않게 경작하는 농장을 빈농에게 재분배하고 있다. 지주들은 헌법의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반발하지만 차베스는 올해 안으로 50만 헥타아르 몰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은행을 통제하면서 국유은행을 장려하는 것도 그의 금융정책의 핵심을 이룬다. 차베스는 민간은행들의 대출금리 결정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대출금의 31.5%는 농업, 주택건설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쓰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차베스의 혁명은 일단 성공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민감한 외국계 은행과 석유 기업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그가 개혁을 추진하는 힘은 고유가에서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원유값 상승으로 9.3%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시장경제를 탈바꿈하는 데 따른 비판론을 잠재우고 있다. 차베스는 “자본주의로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새로운 세기를 맞아 국민들이 사회주의의 길에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자본주의에 사회주의식 처방을 섞은 즉흥적인 정책일 뿐”이라며 “석유수출 세계 5위의 국가지만 원유값이 하락하면 곧바로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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