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고려대의료원이 함께 꾸린 파키스탄 재해지역 의료봉사단(단장 김승주 고대안산병원 외과 교수)의 활동이 31일로 1주일을 맞는다. 대지진은 특히 해맑은 동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코리아의 인술(仁術) 덕분에 희망을 되찾은 파키스탄 천사들의 사연을 편지 형식으로 엮어보았다.
#저는 오스마네리(8)입니다. 그날 아침 무서운 소리가 나더니 학교가 순식간에 무너졌어요. 저는 돌에 깔렸답니다. 너무 아파 정신을 잃었어요. 깨보니 오른쪽 다리가 사라졌어요.
구조됐지만 3일 동안 치료받지 못해 다리가 썩어버렸고 결국 잘라냈대요. 집도 무너졌어요. 며칠 동안 울었답니다. 아빠(레야크탈라ㆍ42)는 제 동생(6)을 포함해 300여명이 학교 밑에 묻혔다고 했어요. 30일 저는 ‘은색 다리’(스테인리스 크러치)를 선물 받았어요. 근사해요. 이제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답니다. 그전엔 텐트에만 있었거든요. 학교는 생각만 해도 겁이 났는데 다시 갈 용기가 생겼어요. 튼튼한 다리를 주신 닥터 노(노경선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임의)를 잊지 못해요.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 압둘라입니다. 발라코트에서 3시간이나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작은 산골에 살아요. 집이 엄마를 삼켰어요. 젖을 구하지 못한 아빠(누르흐만ㆍ33)는 염소 젖을 먹였어요. 설사를 하고 영양실조에 걸려 탈진하고 말았죠. 31일 아빠는 저를 안고 호랑이 곰 등 맹수가 깃든 험준한 산을 타고 내려왔어요.
시내에서 작은 야외병원을 찾았어요. 영양주사도 맞고 맛있는 분유도 트림 나게 먹었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글방글 웃었어요. 매일 울먹이던 아빠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매서운 산바람을 피할 수 있는 텐트랑 분유까지 선물로 받았죠. 분유(8,000원)를 사려면 아빠가 5일 일해야 해요. 아빠는 글을 몰라요. 간호사 누나(설근혜 고대안암병원 간호사)가 분유 타 먹이는 법을 꼼꼼히 알려줬어요. 산을 오르는 아빠의 발걸음이 가벼울 거에요.
#생후 6개월인 자완이에요. 사람들은 병원에 다녀온 뒤부터 제 얼굴이 밝아졌대요. 수술도 잘 받았고 벗겨진 왼손엔 새 피부가 자라고 있어요. 한국인 의사 선생님들의 손길과 사랑을 받은 수많은 파키스탄 어린이를 대신해 인사 드려요. 감사합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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