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확철을 맞아 전국에 도둑들이 기승을 부려 농심을 울리고 있다. 올해에는 화물트럭 등을 동원한 ‘기업형 싹쓸이 절도단’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다 진공흡입기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피해범위와 규모가 크다.
배추와 무가 최고 표적
절도단이 집중적으로 노리는 농산물은 중국한 김치파동으로 가격이 급등한 배추와 무 등이다. 최근 서산시 읍내동 유영숙(48)씨는 밭에 심어놓은 무 100여개를 도둑 맞았다.
앞서 논산시 은진면의 이상은(50)씨도 배추 50포기를 도난당했다. 최근 강원에서 배추와 무를 훔쳐가는 사건이 잇따르고 무 밭을 주인 모르게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기는 사기 사건까지 발생했다.
양평 일대의 주말농장, 연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배추 등 농작물 도난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농민들은 “자기 밭보다 농사가 잘됐다 싶으면 배추를 무차별적으로 캐간다”며 “한두 포기만 잃어도 마음이 아픈데 통째로 가져가 버리니 농사 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산지역에는 인삼도둑이 들끓고 있다. 인삼재배농민 이승호(56ㆍ예산군 덕산면)씨는 지난 7월 집 옆 밭에 심겨있던 4년근 인삼 130평(1,000만원 상당)을 도난당했다. 이씨는 “절도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인삼밭이 망가졌다며 중간상인들이 값을 깎아 올해 수확은 아예 포기했다”고 말했다.
인근 농민 김현진(55)씨도 3월 5년근 인삼밭 200평이 털렸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3번이나 피해를 보자 6년근 생산을 포기하고 6,000평에 재배하고 있는 인삼을 모두 캐버렸다.
청양경찰서와 불과 100여㎙ 떨어진 곳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조준행(56ㆍ청양군 청양읍)씨는 9월30일 집안 건조장에서 말리던 고추 500㎏을 도난당했다.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충남 지역에서 벼 인삼 고추 등 도난 사건은 1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농민들은 신고를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아예 신고조차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 자율방범대 등 조직
예산지역 인삼농민들은 최근 몇 년간 도난 피해가 늘자 지난 8월 자율방범대를 만들었다. 인삼농가들의 모임인 삼농회원 46명은 ‘예산인삼자율방범대’를 조직, 밤마다 2∼3명의 회원이 밤마다 인삼밭 순찰을 돌고 있다.
6년근 2만평의 인삼밭을 소유한 김동문(60)씨는 지난해부터 보안경비업체에 경비를 맡겼다. 그것도 불안해 김씨는 400만원을 들여 인삼밭 울타리에 손을 대면 감전과 경보가 울리는 전기시설을 했다.
경찰도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대상지역이 워낙 넓은데다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산물은 주인을 구분하기 어려워 현장에서 범인을 잡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수확기에 공익근무요원을 지원해주는 등 경찰과 행정당국이 좀더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산=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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