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도 수도 뉴델리 중심가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강력한 연쇄폭발이 일어나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6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대형참사가 빚어졌다. 지난 8일 발생한 파키스탄 대지진을 계기로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평화협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해 배후세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45분부터 뉴델리 철도역 인근 시장인 파하르간즈와 최대시장인 사로지니 나가르에서 잇따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각각 18명과 43명이 숨졌다. 이날 오크흘라 산업단지 근처에서도 버스 밖에서 폭발물이 터져 9명이 부상했다. 인도 내무부는 “최소 61명이 숨지고 18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시장에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사흘 앞두고 선물을 사기 위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몰려 피해가 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재까지 외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즉각 “명백한 테러”라고 강력히 비난한 후 뉴델리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병력을 배치, 시민들의 동요를 막았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애도했다. 경찰은 “시내 곳곳을 급습해 2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P는 “RDX 폭발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테러 전문가들은 유력한 배후세력으로 양국의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카슈미르 분리독립주의자들로 구성된 인도 내 저항세력들을 꼽고 있다. 이날 오전 양국이 치열한 영토분쟁을 벌여온 카슈미르 지역의 국경을 내달 7일부터 개방하기로 합의한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의 로한 구나라트나 연구원은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의 소행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범이슬람 무장단체인 ‘자이쉬 이 모하메드(JeM)’와 파키스탄에 근거를 둔 강경 반군단체인 ‘라쉬카르 이 타이바(LeT)’가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 인근 벨라곤다에서는 테러와 별도로 열차가 탈선, 홍수로 불어난 강에 빠지며 승객 110명 이상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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