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첫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 서울 용산 일대는 인파로 뒤덮였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족히 1㎞는 넘어보이는 지하철까지 문자 그대로 장사진을 이뤘다.
토요일 하루에만 박물관을 찾은 이들은 얼추 10만여명. 박물관측은 원래 전시물 보호와 질서유지를 위해 하루 입장인원을 1만8,000여명으로 제한했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4만 명까지 전시장 안에 들여보냈다.
모처럼 아이, 노인을 동반해 나온 가족들을 차마 매정하게 돌려보낼 수 없었던 때문이었다. 당연히 박물관 직원들은 사고와 혼란 가능성에 대비,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을 웅크리고 자주 목을 빼 입구까지의 까마득한 거리를 가늠해보면서도 다들 참을성 있게 줄 속에서 기다렸다. 새치기, 얌체 행위로 인한 큰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줄도 엉키지 않았으며 두 줄, 세 줄 가지치기도 없었다.
시간 남짓 만에 어렵게 들어간 전시장 안. 공간이 넓어 몇몇 인기 전시물 앞을 제외하고는 물 흐르듯 관람객 이동이 이뤄졌다. 간혹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으나 그 때마다 예외 없이 제지하고 나무라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쌍사자석등을 만지려던 꼬마를 따끔하게 혼내는 젊은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최고 인기 전시물인 반가사유상, 금관 등 앞에서는 언뜻언뜻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러자 한 청년이 정색을 하고 나서서 제지했다. “플래시 사용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만 좀 하세요.” 잠시 분위기는 어색해졌지만 더 이상 플래시는 터지지 않았다.
세계적 수준의 중앙박물관을 갖게 되어서 일까? 우리의 관람문화가 갑자기 한단계쯤 높아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박광희 문화부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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