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북한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씨와 함께 탈북한 김덕홍(67)씨의 여권 발급 여부가 더 불확실하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씨와 정부 사이에 마련한 중재안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국 허드슨 연구소 등에서 잇따라 강연 초청을 받았으나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이 “김씨가 해외에서 반북 활동을 할 경우 남북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며 김씨에 대한 여권 발급을 거부해 출국하지 못해왔다.
30일 인권위와 김씨 측에 따르면 인권위는 6일 외교부와 국정원에 “여권 발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외교부가 발급한 여권을 인권위가 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안했다. 또 김씨의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미국 초청자측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국정원이 김씨를 출국시킨다는 내용도 중재안에 포함됐다.
이 중재안에 대해 13일 외교부와 국정원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인권위의 중재가 성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김씨는 24일 “다른 국민처럼 여권을 구청에서 직접 받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인권침해”라며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법에 의해 진정인이 인권위의 중재안을 거부하면 인권위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사실상 중재안 무산을 확인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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