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63)의 ‘2004 유럽의 작가상’ 수상작 ‘기발한 자살 여행’이 나왔다. 블랙유머의 거장이라는 작가는, 제목이 말하듯, 자살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테마를 익살과 능청으로 비튼다.
소설은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이 곤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두 남자가 외진 헛간에서 조우한다. 자살을 결행하려던 참이다. 둘은 스스로를 자살로 이끈 ‘존재론적 고통’을 나누며 친구가 되고, ‘존재론적 두려움’(자살)을 극복하기 위해 동지 규합에 나선다.
신문광고-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의 회합, 암호명 ‘공동의 시도’. 모임은 성대히 치러지고 즉석 모금으로 결행 자금도 마련한다. 이들 ‘죽음을 향한 무명인사들의 열린 협회’의 최정예 33명은 버스로 자살 여행을 떠난다. 유럽의 북쪽 끝 노르웨이 노르카프 절벽 너머의 잿빛 얼음바다가 목적지다.
소설은 회원들의 사연들, 문명과 국가에 대한 근원적인 환멸, 여로의 갖가지 에피소드 등으로 독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희롱한다.
이들의 여행은 스위스 루체른의 빙하지대-포르투갈 서남단의 세인트빈센트곶으로 이어지고, 그 행로의 마을과 사람들, 축제들의 이야기로 풍성해진다.
이들의 목적지가 과연 죽음이었는지, 또 그 곳에 도달할지는 독자들이 확인할 일이다. 이 소설이 나온 직후 유럽에는 적잖은 ‘즐거운 자살 희망자’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후문도 들린다.
최윤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