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8일 ‘안풍(安風) 사건’에서 안기부 자금을 사실상 ‘김영삼 비자금’으로 본 2심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이제 관심은 돈의 출처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쏠린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강삼재씨와 김기섭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는 안풍 사건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불법일 가능성이 큰 자금을 전달하고 사용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검찰이 이들을 국고인 안기부 예산을 횡령해 손실한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에 그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판결을 통해 우회적으로 검찰에 재수사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이번 확정 판결로 ‘거액의 불법자금 사용을 밝혀내고도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다’는 부실수사 책임론과 재수사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공소장에 명시한 돈의 전달경로 등 핵심 범죄사실은 “김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받았다”는 강씨의 법정 진술 한마디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방탄국회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강씨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한 데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많다.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이날 판결 직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방향을 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가 짙다. 10년 이상 지난 일인 데다 상대가 전직 대통령이라 현실적으로 수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소 당시 담당검사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한숨만 쉬었다.
현재 추측해 볼 수 있는 김 전 대통령 비자금의 출처는 1992년 대선에서 쓰고 남은 잔금이거나 취임 후 받은 당선축하금, 95ㆍ96년 선거를 대비해 모은 별도의 돈 등이다.
우선 92년 대선 전에 모은 돈이라면 처벌은 어렵다.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수백억원 대의 돈이 모두 정치자금으로 해석된 만큼 이 돈 역시 정치자금으로 볼 가능성이 높은데 정치자금법은 시효가 3년인데다 97년에야 제정돼 법 자체를 적용할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이 정권 출범 이후 각종 국책사업 등 이권을 대가로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았거나 ‘임기 중에 잘 봐달라’며 당선 축하금 형태로 돈을 받았다면 시효가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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