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신(神)이냐”, “당이 대통령의 부속물이냐”
28일 열린우리당의 중앙위ㆍ의원총회 연석회의는 청와대 성토장이나 다름 없었다. 이날 회의는 당 지도부의 진퇴를 묻기 위해 소집됐지만, 정작 당내 문제는 이슈도 아니었다. 의원들은 앞 다투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당을 간섭하지 말라”, “민생 문제나 신경 쓰라 ” 등 직격탄을 날린 뒤 ‘내각 총사퇴’, ‘청와대 인적 쇄신’ 같은 주장을 거침 없이 쏟아 냈다.
임종인 의원 등은 “재선거 참패의 1차적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유승희 의원은 “청와대가 민생과 정책은 나몰라라 하고 연정론이나 이야기 하니 재선거에서 진 것 아니냐”며 “청와대는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사람들로만 채우지 말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들로 바꾸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석현 의원도 “서민은 고통을 느끼는데 청와대가 개혁 과제에만 매달려 온 것은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풍악을 울려 준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당은 7, 8월 여름 휴가를 반납하며 농활 등 민생 속으로 뛰어 들었으나, 청와대가 생뚱 맞게 연정론을 발표하는 바람에 당의 활동이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고 원망했다.
노 대통령의 편지 정치 등 국정 운영 스타일과 정책에 대한 힐난도 이어졌다. 유승희 의원은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왜곡해서 당을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정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의원은 “당도 국민도 원하지 않는 대연정 발언 등 품위를 잃은 과격한 발언들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의원은 “당이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 정부가 적극 나서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부 부처가 일부러 지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 지지도가 20% 밖에 안 된다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내각은 정기국회 직후 총사퇴함으로써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27일 노 대통령이 10ㆍ26 재선거 참패 결과를 자신이 정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한 성토도 줄을 이었다. 그 동안 ‘맹종적’이던 당청 관계에 대한 응축된 불만이 끓어 넘친 듯 했다. 안영근 의원은 29일로 예정된 당정청 만찬을 두고 “대통령이 당을 청와대로 불렀는데 얼마나 오만하냐. 당을 부속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영춘 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쪼다’로 만들려 한다는 노골적 비난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참에 노 대통령의 그늘에서 독립하자”, “청와대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문학진 의원은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으로 이런 말 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통령이 오류가 없는 사람이냐, 신이냐”며 “그런데 우리당은 왜 청와대만 따라 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며 “개헌이나 선거구제, 정당간 연합 문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당이 결정할 문제이고, 청와대는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고 당청간 경계를 분명히 했다.
반면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 비판에 대해 “(선거 패배를) 남의 탓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당은 당을, 청와대는 청와대를 쇄신하면 된다”며 청와대 편을 들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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