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지도부는 26일 심야에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상임중앙위원회를 열었다. 재선거 전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침통한 분위기에서 밤 10시30분께부터 새벽까지 지도부 사퇴를 포함, 전패에 책임지는 대책을 논의했다. 문 의장은 “유구무언”이라는 말로 심정을 대신했다.
이번 완패는 우리당이 갈등과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문 의장 등 지도부 책임론에서부터,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론, 조기 전당대회론 등 잠복했던 현안들이 한꺼번에 분출될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문 의장 사퇴 이후’를 논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날 심야 회의에서도 이 같은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우리당이 갈 길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절박하고 처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일단 지도부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기만 유동적이다. 심야회의에서도 “지도부가 책임을 면하긴 어려우니 일괄 사퇴하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신중론도 있었으나 재선거 전패는 미봉책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심야 회의는 28일 중앙위원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사퇴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큰 흐름은 이미 잡혀있다고 볼 수 있다.
지도부 밖에서도 변화 요구는 강하다. 김영춘 의원은 “선거에서 다 지고도 아무도 책임지지않고 뭉개려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재야파의 한 인사는 “상임중앙위원 중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면 지도부가 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고, 정동영계의 한 의원 역시 “질서 있게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변화 불가피론을 밝혔다. 일부 동정론도 없지 않으나, 대세는 지도부 개편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때문에 ‘포스트 문희상’ 체제가 관심사로 대두된다. 정동영, 김근태 장관 등 차기 대권주자의 당 복귀론과 함께 조기전당대회 개최 요구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김형주 의원은 “문 의장이 사퇴한다면 어쩔 수 없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며 “비대위로 정기국회를 마무리 한 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때까지는 현 체제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 당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휘말릴 경우 정기국회 입법 과제를 마무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병두 의원은 “중요한 것은 당면 입법과제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라며 “조기전당대회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연말 연초에 차기 대권주자 복귀와 맞물린 조기 전당대회와 당 개편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영춘 의원은 “어차피 새 판을 짜야 한다면 차기주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 돌아와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당내 권력투쟁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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