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선거에서 여야 거물급 인사 세 명이 함께 쓴 잔을 마셨다. 경기 광주의 무소속 홍사덕 후보와 우리당의 이강철 후보(대구 동을), 이상수 후보(경기 부천 원미갑)가 그들이다.
홍사덕 후보는 ‘탄핵의 주역’에서 ‘6선의 킹 메이커’로 화려하게 재기하려 했으나, 친정인 한나라당의 조직표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 후보를 당 지도부는 “당선돼도 받아 주지 않는다”며 매몰차게 밀어냈다.
이에 홍 후보는 배신감을 삭이며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그 교만병을 고치지 않으면 집권할 수 없다”며 야속함을 표시했다.
홍 후보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초반 열세에서 막판 박빙의 판세를 이끌어 냈다. 투표 직전 한나라당에선 “홍 후보의 관록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게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올 정도였다. 홍 후보는 26일 개표 중반까지도 한나라당 후보와 시소게임을 했으나, 불과 1,000여표 차이로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 후보는 대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만 5전 5패하는 아픈 기록을 갖게 됐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난생 처음으로 월급을 받는 자리였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직까지 내놓고 도전했지만, 지역구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이 후보는 우리당 간판을 감추고 중앙당의 지원을 일절 거절한 채 철저히 ‘나홀로 유세’를 벌이고,‘힘 있는 여당의 공공기관 유치’ 등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5일 선거구 곳곳을 훑고 지나가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었다는 평가다. 이 후보의 열정만으로 지역감정과 박풍(朴風)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 후보측은 “그래도 득표율 차이를 8% 포인트까지 좁힌 데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3선에 민주당 사무총장 출신인 이상수 후보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옥고를 치른 뒤 이번 선거에서 명예회복과 등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그의 높은 지명도와 여권 내 비중도 지역의 사나운 반여(反與) 정서에 앞에선 맥을 못추었다.
우리당에선 “이 후보가 당으로 돌아와 친노 직계의 좌장 역할과 함께 각 계파의 거중 조정역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이 후보 주변에선 그가 입각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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