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영화의 거리 명성 되찾을까?
여전히 영화가를 통칭 ‘충무로’라고 부르지만, 사실 충무로에는 영화사가 많지 않다. 영화배우를 보려면 청담동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나을 테다. 한 때 영화인들의 아지트였던 술집 주인아줌마들의 “좋은 시절 다 갔어…”라는 넋두리만 남아 떠돌 뿐이다.
그런 충무로에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떠났던 대형 영화사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면서 옛 영화(榮華)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950년대 중반 명동을 무대로 활동하던 영화인들은 충무로 3가로 들어와 제작사를 차렸다. 1955년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이 수도극장(현 스카라극장)에서 개봉해 서울에서 12만 명의 관객을, 이듬해 ‘자유부인’이 같은 극장에서 1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면서 ‘충무로=영화 거리’로 굳어졌다. 50년대 말 충무로 일대에는 당시로서는 영화사의 거의 전부인 17여 개가 들어섰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문화소비층의 이동과 맞물리면서 신씨네를 시작으로 대형 영화사가 속속 강남으로 이사하고, 신생 영화사는 아예 강남에 사무실을 얻었다.
충무로가 지닌 상징적 의미마저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도산대로에 넘겨줘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현재 강남에 위치한 영화사는 줄잡아 500여 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주요 투자ㆍ배급사도 모두 강남에 자리 잡고 있다. 강남 기반 영화사들은 대기업, 투자사 등 돈줄이 강남에 위치하며, 영화배우도 주로 강남을 생활 공간을 하고 있어 트렌드 읽기도 좋은데다 편집 등 후반 작업실도 강남에 밀집해 있다는 등으로 강남 선호 이유를 설명한다.
이동 없이 충무로를 지키고 있는 영화사로는 씨네월드, 씨네2000, 씨네라인투 등 10여 개 뿐이다. 그런데 강남으로 갔던 시네마서비스가 재작년 다시 충무로에 컴백한 데 이어 최근 대형 영화사인 싸이더스 FNH도 충무로로 자리를 옮겨왔다.
싸이더스 FNH 관계자는 “사실 관련업체가 모두 강남에 있는 터라 충무로로 사무실을 옮긴 후 조금 불편해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충무로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바로 인근 동국대 연극영화과와 산학협동을 위해 충무로로 옮겼다”고 밝혔다. 차승재 싸이더스 FNH 대표는 올해부터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26일에는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가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축제도 열었다. 이 날은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날이다. 이날 스카라 극장에서는 ‘역도산’ ‘살인의 추억’ 등을 무료 상영했고, 인근에서는 무료 공연들이 풍성하게 이어졌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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