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의 안정과 경기회복세 가시화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좀처럼 강한 반등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수급 측면의 문제, 특히 그동안 장세를 주도해온 국내 기관의 매수세 약화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날까지 2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벌였지만 매도 강도는 크게 약화한 모습이다.
지난주 2,000억원을 넘나들던 하루 순매도 규모가 24일 이후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 그동안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을 흡수해오던 기관들의 매수 강도가 둔화하면서 증시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17일 이후 매일 1,000억~5,000억원의 대규모 매수세를 보였던 기관은 24일 264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한데 이어 25일에는 276억원의 소규모 순매수에 그쳤다. 26일엔 700억원대의 매도우위를 기록하며 오히려 매도세를 키웠다.
동양종금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기관 매수세 약화의 원인으로 우선,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의 1차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대체로 기술적 반등은 3~4일에 걸쳐 하락폭의 3분의 1~2분의 1 수준의 되돌림을 보인다”며 “종합주가지수가 25일 장중 1,2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지난 11일 이후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올해 초 7배 정도에서 최근 10배 수준에 근접한데다 주가도 8월말 이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가 조정으로 PER이 9월에 비해 낮아졌다고 해도, 올들어 계속 높아진 주가가 그만큼 한국 증시를 과거보다 ‘비싼’ 시장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일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 욕구를 느끼고 있는 것도 증시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허 연구원은 “프로그램을 제외한 기관 순매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3일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25일이 처음”이라며 “8월 중 94%대에 이르렀던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최근 91% 수준으로 축소된 것도 기관의 차익실현 욕구가 그 만큼 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기관의 차익실현과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 감소 탓에 이번달 ‘월말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며 “강한 추세 복귀의 시점은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이달 들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하루 평균 1,966억원으로 9월보다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투신 외에 보험과 연기금이 든든한 원군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수급 여건은 중립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오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뭉칫돈 중 상당액이 거치식 펀드로 몰리고 있다”며 “거치식 펀드 유입자금은 유사시 한꺼번에 이탈할 수도 있는 자금인 만큼 변동성 측면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