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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욕망 사랑의 두 촉수' 연극 러브레터·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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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욕망 사랑의 두 촉수' 연극 러브레터·갈매기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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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으리란 걸 압니다….” 여자 친구 멜리사와 평생 동안 편지를 주고 받는 남자 앤디의 고백이다.

어느덧 50대가 된 변호사 출신의 그는 코흘리개 적부터 친하게 지내 온 여자 친구 멜리사와 지금까지도 편지를 주고 받는다.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 극단적 존재 방식의 사랑이 연극을 통해 나란히 펼쳐진다. ‘러브 레터’와 ‘갈매기’.

극단 한양 레퍼터리시어터의 2인극 ‘러브 레터’는 같은 마을 소꿉친구에서 중년이 되도록 우정을 나눠 온 두 남녀가 그려온 궤적을 담담히 보여 준다.

왜 편지인가? “전화를 걸면 네가 계속 끊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거야. 편지에 대해서 한 가지 좋은 건 상대가 끊을 수 없다는 거지.” 티격태격하는 사랑의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랑 싸움의 성마름 때문에 편지 쓰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둘은 거기서 못 할 말이 없다. 이를테면 ‘절망적으로 혼란스러운 섹스에 관한 관습’까지(청년 앤디의 편지에서).

극단 대표 최형인 씨가 1995년 작품을 입수한 뒤 지금까지 거의 매년 연출 겸 배우로 나서선 보여 오고 있다. 2인극이지만 누가 출연해 앙상블을 이루는가에 따라 화제가 꽃피는 건 당연. 이번에는 다섯 커플을 동원했다.

영화판에서 스타가 된 제자 설경구를 비롯해 중견 이호재, 최용민 등이 앤디로, 영화와 연극을 오가는 정경순을 비롯해 당찬 연기의 임유영, 지자혜 등은 멜리사로 나온다. 12월 31일까지 한양 레퍼터리씨어터.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30분. (02)764-6460

‘러브 레터’가 남녀의 간절한, 그러나 절제된 사랑 방식을 현재의 감성에 맞게 펼쳐 낸다면, 극단 애플씨어터가 상연하는 체홉의 ‘갈매기’는 장대한 시공에 걸쳐 흐르는 애증의 대하를 보여준다. “체홉은 지루하다”, “체홉으로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혹을 날려 버린 일련의 장정 중 마지막편이다.

고향에서 연극 운동을 하다 알게 된 남녀가 모스크바의 예술계로 올라가 온갖 신산을 겪으며 무너져 가는 과정이다. 망가졌지만 일말의 자존심에 남자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 앞에 순수했던 사랑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지난해부터 ‘안톤 체홉 4대 장막전’을 열어 온 러시아 유학파 1세대 연출가 전훈(애플씨어터 대표)씨가 만든 작품이다. 연극계의 전반적 관객 빈곤 현상에도 불구, 매진 사례 기록을 올리는 등 잘 만들어진 정극의 힘은 세태와 비껴난다는 사실을 입증해 온 화제의 시리즈다.

이번에 남명렬, 송옥숙, 김호정 등 무르익은 배우들이 펼치는 사실적 연기는 ‘왜 이 시대에도 체홉인가’를 증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영어 등의 도움 없이 러시아어 원본을 곧바로 현대 국어로 옮겨낸 전씨의 노력 덕에 번역극 특유의 거추장스러움을 느낄 새가 없다. 11월 5~30일 정동극장.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오후 7시. 1588-7890

1896년 격동기 러시아에서 씌어진 작품과 1989년 풍요의 미국에서 나온 작품. 두 시대 사람 모두에게 사랑은 지고의 가치였다. 21세기 한국도 그러한가, 묻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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