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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르포“국산 김치도 양념은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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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르포“국산 김치도 양념은 중국산”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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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와 국산 김치가 뭐가 다르다고 저 난리인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담가 파는 김치도 배추만 빼고 양념은 전부 중국산을 쓰는데…”

25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김치도매상 손모(52)씨는 최근의 중국산 김치 파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중국산 수입김치와 국산 포장김치, 그리고 직접 담근 김치를 각각 팔고 있는 그는 “순수 국산 재료만을 쓰는 고급 김치를 제외하면 중국산이나 국산이나 어차피 중국산 재료를 쓰기는 매 한가지”라며 “그나마 나는 배추라도 국산을 쓰지만 일부 포장김치는 배추까지 중국산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손 씨는 한술 더 떠 “오히려 중국산이 양념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 있다”면서 “기생충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중국산 김치를 찾는 업소가 훨씬 많았다”고 덧붙였다.

손 씨가 안내해 준 인근 양념가게에서는 대부분 중국산 김치 양념 재료를 팔고 있었다. 상인들은 “중국산과 국산을 모두 가져 다 놓지만 가격 차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에 업소에서는 대부분 중국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중국산 냉동 마늘이 3.75㎏에 6,000원 하는 반면 국산은 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새우젓은 국산이 1㎏에 9.000~1만 5,000원 선이었지만 중국산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고춧가루의 경우 대부분의 가게에서 중국산과 국산을 반반씩 섞어 팔고 있다. 상인 이모(31)씨는 “고춧가루는 국산보다 중국산이 빛깔이 더 좋아 모양을 위해서라도 섞어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01년 523톤에 머물던 중국산 고춧가루 수입량은 지난해 1,327톤으로 늘어났고 올 들어 지난달까지 818톤이 수입됐다.

중국산 배추는 2001년 224톤이 수입됐으나 지난해 4,342톤으로 수입량이 20배 남짓 뛰었다. 마늘의 경우도 2001년 7,832톤에 그쳤으나 지난해 2만 6,921톤으로 급증하는 등 중국산 김치 재료의 수입량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배추까지 중국산을 쓸 경우 기생충에 감염돼 있을 우려는 더욱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말까지 수입된 배추는 모두 중국에서 들어왔다.

소금에 절인 상태로 들어오는 절임 배추도 수입 배추의 10분의 1규모에 이른다. 중국산 수입배추는 검역을 거친 후 국내 수입업자를 통해 대부분 국내 중소 김치공장이나 대형식당으로 바로 들어가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절인 배추는 김치공장이나 대형식당으로 바로 들어가고 일반 배추의 80% 이상은 국내 김치공장과 직거래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파동 이후 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급식업체나 식당의 경우도 재료는 중국산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형 급식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절임 배추나 완제품김치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배추에 들어가는 양념인 다대기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식당의 경우 사정은 더하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거래하는 식당 가운데 80% 이상이 고춧가루 마늘 새우젓 등 김치 재료를 대부분 중국산으로 사 간다”면서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에도 오히려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 중국산 김치 유통경로…수입·판매업체 300여곳 ‘난립’

중국산 김치는 어떤 경로를 통해 식탁에 오르게 되는 걸까.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수입김치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중국산 김치 파동이 터지기 전 1주일에 10㎏들이 김치 상자 50~60여 개를 수입업자에게서 들여왔다. 김 씨와 거래하는 수입업자는 4~5명 선. 이들은 1주일에 2~3회씩 도매상을 돌며 중국산 김치 견본을 보여주고 거래를 맺는다.

김치는 주로 중국 산둥성과 랴오닝성 등에 있는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되며, 10㎏들이 1상자가 7,500~8,000원 선에 거래된다. 김 씨는 이 김치를 평소 거래하는 식당들에게 1만~1만 2,000원을 받고 판매해 왔다.

보통 국산 김치가 10㎏에 2만~2만 5,000원 선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싼 것이다. 김 씨는 “대형 식당이나 급식업체의 경우 우리 같은 도매상을 통하기보다는 수입상과 직거래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입업체는 중국에서 직접 김치공장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현지 중개인들과 계약을 맺고 물건만 운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수입판매업이 허가제에서 사실상 등록제로 바뀐 후 중국산 김치를 수입, 판매하는 업체는 몇 년 새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3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 무역협회 등 관계당국에 공식 등록된 김치 수입 업체는 30여 개에 불과하다. 조선족 브로커들은 최근에도 전국의 농산물도매시장을 돌며 도매 상인들에게 중국산 농산물 직거래를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김치 파동은 김치의 유통과정과 통관 등에서 철저한 사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게 업계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중국산 김치는 국내에 유통되기 전 6개 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통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통관은 식약청의 샘플링 1차 검사와 국내 반입물량에 대한 2차 전수(全數) 검사를 거쳐 이뤄진다. 하지만 이들 검사는 김치 성분과 합성 착색제 사용 여부 등 기초적인 것을 점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오는 농산물은 아예 이 같은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한 수입업자는 “국내에 들여오는 중국산 농산물은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품질과 위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려다 보니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WTO시대 새로운 무역장벽 검역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가동 이후 농ㆍ축산물 무역에 대한 장벽이 급격히 낮아져가면서 검역을 도구로 한 세계 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자국산 김치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생충 검사를 들어 우리 화장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문가들은 관세를 포함한 대부분의 무역 제재조치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역을 ‘총알’로 삼은 ‘소리 없는 통상전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대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과일 수입 규제조치를 통보해 골머리를 앓았다. 대만은 6월 금지해충의 하나인 ‘복숭아 심식나방’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 일본 중국 등으로부터 사과 배 복숭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전해왔다.

관련 농가들은 “일본 중국 등에서 수출한 과일에선 복숭아 심식나방이 종종 발견되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 과일에서는 10년이 넘도록 검출된 적이 없다”며 크게 반발했다. 우리나라의 대만에 대한 사과 및 배 수출은 지난해 각각 전체 수출물량의 96%, 45%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식물검역소 관계자는 “당시 대만 측은 수출단지를 지정하거나 봉지를 씌우는 등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을 요구해왔다”면서 “수출단지 지정은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어려운 만큼 재배 방법이나 출하 시기 등을 조절해 해충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이 우리측 조치에 대해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어 농민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국회 비준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서도 중국이 자국산 과일의 검역절차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부가합의문을 우리 정부가 수용해 문제가 됐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중국산 사과 배 양벚(체리)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절차 관련 부가협상은 사실상의 수입 개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역이 수입ㆍ수출 규제의 강력한 수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인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다. 최근 열린 WTO의 ‘동식물 검역 및 식품위생에 관한 규정(SPS)’ 회의에선 미국이 일본에 대해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등 “상대국의 검역이 사실상의 무역장벽”이라며 조정을 요구한 사례가 20여 건에 달했다.

올해 6월에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사용해 키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안전성을 들어 수입을 규제함으로써 WTO 차원의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농림부 배종하 국제농업국장은 “검역 강화가 곧 무역장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통상 무대에서 검역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한ㆍ캐나다 및 한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각국은 검역과 관련한 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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