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과 후진국이 전자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바젤행동네트워크(BAN) 보고서 ‘디지털 쓰레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진국에 가는 미국산 중고 디지털 장비 대부분이 재사용이나 수선이 불가능하다.
미 재활용업계는 이런 물건을 ‘디지털 차별에 가교를 놓는다’는 명분으로 기부ㆍ수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가교’가 유해물질 수출의 파이프 라인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고TV가 어항으로 활용되고, 모니터가 유리 부족난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경우 수도 라고스 항에 매달 40만대의 중고컴퓨터가 하역되지만 그 중 75%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전세계에서 1년간 쏟아지는 전자쓰레기는 약 5,000만톤. 올해 미국에서만 6,300만대의 컴퓨터가 폐기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전자쓰레기 50~80%는 규제를 받지 않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에 유입된다. 1990년 조인된 바젤협약에 따라 유해폐기물의 국제교역이 금지돼 있어 거래명목은 ‘재활용 금속’등으로 바뀌어 오간다.
선진국 업자들은 높은 폐기비용을 피해 후진국 업자들에게 톤당 100달러의 뒷돈까지 주며 수입시킨다. 가령 PC 1대 폐기비용은 미국이 20달러, 인도는 2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진국 업자들은 전자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금 은 크롬 니켈을 추출해 이중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전자쓰레기가 심각한 환경오염원이란 사실이다. 컴퓨터 모니터 한 대에는 인체에 유해한 3.6㎏의 납 플라스틱 카드뮴 등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미 환경단체들은 이미 컴퓨터 모니터 TV 등 전자쓰레기를 최대 공해주범으로 지목해 놓은 상태다. 이런 오염은 재활용시스템이 거의 없는 후진국에서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BAN은 2003년 보고서에서 미국 쓰레기가 중국 환경을 멍들게 한다고 비판했지만 양상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환경보호기구(EP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재활용품 수출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전자쓰레기의 빈국 유입을 막는 수단으로 모든 전자제품의 생산자 수거 의무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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