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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李총리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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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李총리의 입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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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친 빈소가 있는 삼성서울병원. 이해찬 총리가 조문을 한 뒤 상가를 나섰다. 그때 삼삼오오 모여있던 한나라당 측 인사 몇 명이 이 총재를 붙잡고 시비를 걸었다.

“당신이 여기에 왜 와?”, “여기가 어디라고, XXX 없는 놈.” 당황한 이 총리와 일행은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이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 측의 거친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날 낮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독설과 면박을 서슴지 않았다. 안택수 의원의 강정구 교수 관련 질문에 그는 “질문에 답변하는 것 자체가 창피스럽다”, “국민을 이간시키려는 전술에 말려들 정도로 내가 경험 없고 미숙한 총리는 아니다”고 답했다. 장윤석 의원에게는 과거 검찰 전력을 문제 삼으며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25일 “이 정도 되면 행패”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날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이 이 총리의 대부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거론하자 그는 “일부 언론 왜곡 보도한 것을 갖고 돈 들여 조사는 하셨지만 가치는 없다”고 면박했다.

이어 “품위 있게 질문하면 정중하게 답하겠는데 내용 자체가 그렇지 못하니 나도 상응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왜 의원이 총리한테 훈계하려고 하나. 훈계 들으러 나온 사람 아니다”고 하는 등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의 질의 답변 과정에선 “우리를 빨갱이로 몰던 사람들이 요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살면서 별꼴 다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렀다.

이 전 총리의 막말은 이제 연례 행사가 됐다. 이 총리는 지난해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폄하해 14일간 국회 파행을 불렀다. “총리의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 “야당을 지지한 국민 절반에 대한 경멸에 다름 아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 총리는 사의(謝意)를 표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올해도 소재만 달라 졌을 뿐 이 총리의 독설은 이어졌고 감정싸움은 재연됐다. 이 총리의 답변 태도를 신념이나 자존심의 문제로만 봐주는 이는 별로 없다.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의견을 밝힐 수 있는데 왜 싸우려고 대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야당의 정치공세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넘기지 못한다면 총리 자질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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