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가공할 만한 환경파괴를 낳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및 중국과 인도의 폭증하는 수요로 최근 금값이 온스 당 5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4일 기획을 통해 금 채취과정의 환경파괴를 정면으로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폭증하는 금 수요에 맞춰 금광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으나 금 채취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방치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신문은 금값이 최근 17년만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외에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실제 금 소비량이 급등한 것을 꼽았다. 지난해 중국의 금 소비량은 11%, 인도는 무려 47%가 늘었고, 올 들어서도 지금까지 38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금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결혼선물, 지참금 목록의 필수품으로 등장한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되는 금이 채굴되는 전체 금 수요의 80%를 웃돈다.
문제는 채취과정에서 금이 다른 광물보다 훨씬 심각한 환경파괴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1온스의 금을 얻기 위해서는 평균 50톤에 달하는 암석과 토양이 파괴된다. 페루 북부지역의 야나코차 광산에서는 금 1온스 당 90톤의 땅이 파헤쳐 진다. 미국 네바다주의 광산에서는 금 1온스 당 희생되는 흙이 100톤이 넘는다.
또 금을 광석에서 추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청산염이 카드뮴 납 수은 등의 심각한 중금속 오염을 유발한다. 2000년 루마니아에서는 금광 채굴작업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다뉴브강 지류로 유입돼 1,000톤 이상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유독물질이 2,560km 떨어진 흑해까지 퍼졌다.
이 달에는 세계 5위의 금광업체인 캐나다의 ‘플레이서 돔’이 필리핀에서 채굴작업을 하다 오염물질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 산호초를 파괴시킨 혐의로 필리핀 지방정부에 의해 고소됐다. 세계 최대 금광업체인 호주의 ‘BHP 빌리튼’은 2001년 파푸아 뉴기니에서 971만 2,800㎡이 열대우림을 파괴한 뒤 ‘OK 테디’라는 가장 수익성 좋은 금광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환경론자들은 금광의 70%가 과테말라 가나 등 개도국에 밀집해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이들 나라에서의 채굴방식은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광산채취 감시그룹인 ‘어스웍스(EarthWorks)’는 지난해 미국 맨해튼에서 ‘더러운 금은 이제 그만(No Dirty Gold)’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 보석 전문상 ‘티파니 앤 컴퍼니’의 마이클 코왈스키 회장은 “환경과 사회에 책임질 수 있는 명확한 채굴 기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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