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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의 증시 프리즘] 분식회계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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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기자의 증시 프리즘] 분식회계 망령

입력
2005.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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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충격에서 간신히 몸을 추스르는 듯 했던 2003년 3월 한국 경제는 또 한번의 악재에 휘청거렸다. 검찰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액수가 1조5,0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분식회계 사실이 보도됐고 시장도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 액수는 시장의 ‘컨센서스’를 훨씬 뛰어넘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은행권은 또 한번의 금융대란 위기감에 휩싸였다.

물론, SK글로벌이 분식회계의 원흉은 아니었다. 이미 대우 기아 한보 동아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회계조작이라는 추악한 병폐를 드러냈다. 그러나 SK글로벌은 대국민 이미지가 비교적 괜찮았던 SK그룹의 첨병이었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더 컸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건 이후 재계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분식회계 척결 분위기가 조성됐다. 실제 대한항공처럼 과거 분식 사실을 ‘자수’하거나 현대상선처럼 재빨리 과거 분식을 떨어낸 기업도 나왔다.

그런데 잊혀진 듯 했던 분식회계가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두산그룹의 형제간 암투 과정에서 두산산업개발의 2,8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간판 벤처기업인 터보테크가 7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나 한동안 거래 정지를 당했다. 벤처 1세대 기업인 로커스도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25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익이 ‘지고의 선’으로 인식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100% 완전무결한 회계관리는 불가능할 것이다. 과거 분식을 미처 다 해소하지 못한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은행권이 분식회계 관리에 나서는 세상이 됐다. 더욱이 분식회계는 투자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기업이 발표한 영업이익만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주가 폭락이라는 피해가 고스란히 이전된다는 점에서 배임이나 횡령보다 죄질이 더 나쁠 수 있다.

분식회계 해소 없이 증시 선진화는 요원하다. 기업들의 자기 혁신과 금융감독 당국의 엄정한 단속이 다시 한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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