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 모처럼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비록 25일 증시는 ‘반짝 반응’에 그쳤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증권업계는 우선,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임으로 ‘금리 온건론자’로 알려진 벤 버난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 지명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버난케 의장은 FRB 의장 후보로 유력했던 인물인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그가 FRB 이사 재임시절 어느 정도의 인플레를 옹호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버난케 의장은 2002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FRB 이사로 재직하면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지론을 고수했으며, 지난 20일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에 대해서도 “핵심 소비자물가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6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도 4.5%를 밑도는 등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증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영국 피치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가 위험도를 감소시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순기능을 할 뿐더러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의 긍정적 후속 조치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김우재 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 차익실현에 열중해온 외국인들이 매도 규모를 축소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등급 조정으로 원ㆍ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 규모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예상 밖의 선물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기업 실적이 본격 회복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재들이 증시의 단기 급등재료로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국가신용등급 상승의 경우 지난달 ‘북핵 리스크’ 해소 때 이미 예상돼 증시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이며, GDP 증가율이 개별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리처드 버너 연구원이 “버난케는 결코 금리 온건론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듯이 미국의 금리정책이 급변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증시가 이날 오전 급등했다가 오후 들어 하락 반전하고 외국인이 ‘팔자’ 행진을 이어간 것도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