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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초음속 훈련기와 超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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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초음속 훈련기와 超선진국

입력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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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국군의 날에 순전한 우리 기술로 제작한 ‘T_50 초음속 고등 훈련기(일명 Golden Eagle)’가 시범 비행을 했다. 이미 양산 체제에 들어가 수출을 목표로 외국 에어쇼에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초음속 여객기와 전투기가 보편화되어 있고 우주 왕복선이 뜨는 상황에 견주어 보면 훈련기는 그야말로 강보에 쌓인 어린아이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장래 우리의 발전 저력과 연결시켜 본다면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한 나라가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흔히 공업화 과정을 밟는다. 공업화 과정은 먼저 경공업화를 이룬 후 중화학공업화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기술 축적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경공업화 과정을 밟는다. 경공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되면 이제 겨우 후진 상태를 면했음을 의미한다.

●T-50은 선진국 진입을 의미

그러나 경공업으로 중진국의 문턱을 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중화학공업이다. 중화학공업은 기계류와 석유화학 등 주로 소비재를 만드는 데 쓰는 생산재를 생산하는 공업이다.

중화학공업은 경공업보다 부가가치율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자급자족 능력 형성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화학 공업의 핵심은 철강과 자동차공업이다. 철강 산업은 기계류 등 장치산업의 원재료인 철강을 공급하기 때문에 철강 산업이 없는 중화학 공업은 모래 위의 성이나 다름없다.

자동차 공업은 수만 가지의 중화학공업 제품들이 고도의 정밀성과 유기성을 가지고 결합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중화학 공업의 완성판이다. 철강이 중화학공업의 뿌리라면 자동차공업은 중화학공업의 꽃인 것이다. 자동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으면 비행기를 만들 수 없다. 자동차도 비행기도 내연기관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제작 여부는 중진국과 선진국의 갈림길이다. 비행기는 자동차보다도 수십 배 더 많은 부품을 더 고도의 정밀성과 유기성으로 결합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행기를 만들어 보지 않고서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최근 세계 6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드디어 초음속 비행기도 만들었다. 우리와 경쟁할 만한 다른 어떤 개발도상국도 중화학 공업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철강과 자동차공업이 빠진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적어도 십 수 년 안에 비행기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국민소득으로 보면 비슷한 수준인 것 같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만들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른 개도국들과는 격이 다른 발전 저력을 가진 것이다.

선진국 다음은 초선진국이다. 초선진국의 상징적 산업은 첨단산업의 총아인 우주선을 띄우는 산업이다. 비행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이는 결코 우주선을 띄울 수 없다.

●유인우주선도 머지않아

비행기도 우주선도 내연기관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우주선 사이에 미사일이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미사일도 띄웠다. 비록 미국의 도움을 받았을망정 통신위성도 띄웠다. 순전한 우리 기술로 우주선을 띄울 순간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유인 우주선을 띄울 수 있게 되기까지는 천문학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노력만 하면 언제인가는 인공위성을 띄우는 초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T-50 초음속 고등 훈련기 제작의 성공은 민족적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어욱이 우리는 ‘금 모으기’와 ‘붉은 악마’로 확인한 가공할 응집력과 단결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초선진국 발전 저력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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