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엘리엇 네스’가 백악관의 명줄을 쥐고 있다.” 미국 언론들을 2003년 12월 ‘리크 게이트’ 특별검사에 임명된 패트릭 피츠제럴드(45)를 1930년대 밀주 밀매 단속을 다룬 영화 ‘언더처블(The Untouchable)’의 주인공에 빗댔다.
패기의 재무성 수사관 엘리엇 네스가 역경을 딛고 시카고 갱 두목 알 카포네를 체포했듯이 공격적 수사로 정평난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실세들을 기소하게 될까.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현대판 언터처블의 수사 결과에 미국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피츠제럴드는 아일랜드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의 흑인밀집 거주지인 브루클린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도어맨으로 일했다. 뉴욕시 검사로 첫발을 내딛은 그는 마피아 두목 존 감비노 기소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93년 세계무역센터 폭발, 98년 아프리카 미 대사관의 연쇄폭발 사건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01년 시카고로 자리를 옮긴 그는 리처드 댈리 시장의 직원 채용 비리와 조지 라이언 일리노이 주지사의 관급공사 비리를 적발했다. 리크게이트 수사 중에 시카고의 3대 범죄조직을 겨냥한 소탕 작전을 벌여 8월 관련자 14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검사로서 피츠제럴드는 사건 관련자를 꼼짝없이 얽어 매는 주도면밀한 수사로 이름나 있다. 반대편 사람들은 이런 그를 사건을 본질과 관련이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고 비판한다. 리크게이트 수사가 처음 예상과 달리 백악관을 정조준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이런 성향은 정치력이 부족하다거나, 사안을 흑백논리로 단순화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직 수사만 하는 일벌레 검사라는 평가에 묻혀 버린다. 그 스스로도 “누군가 전화로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나는 단지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론과의 관계 역시 그다지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언론을 상대로 전략적 리크(흘리기)를 하지 않는다. 그가 21일 인테넛에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하자 워싱턴 정가가 그 배경을 놓고 들썩거린 것도 이런 탓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