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의 최대 실세, 칼 로브 대통령 비서실 차장과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은 이른바 ‘리크 게이트’의 칼끝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또 다른 결정타를 안기면서 함께 추락할 것인가.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2003년 12월부터 장장 22개월에 걸쳐 계속돼온 ‘리크 게이트’조사에 종지부를 찍고 이번 주중 관련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연방 대배심 활동 종료시점인 28일(현지시간)이전에 내려질 최종 결론의 하이라이트는 로브 차장과 리비 비서실장이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될 지 여부다.
미 언론들은 “‘리크 게이트’는 부시 정권의 실체를 드러내 줄 수 있는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충격의 크기는 9ㆍ11테러에 버금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의 ‘두뇌’로 불리는 로브 차장과 딕 체니 부통령의 ‘그림자’로 통하는 리비 비서실장이 함께 기소될지 아니면, 둘 중 하나는 살아 남게 될 지는 미지수다.
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는 2003년7월 플레임 관련 정보를 로브 차장과 리비 비서실장 모두에게 들었고,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는 같은 시기에 리비 비서실장과 플레임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돼 있다.
로브 차장은 최근 네번째 대배심 증언에서 자신이 플레임의 신분을 알게 된 것은 리비 비서실장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 서로 살아 남기 위한 암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사람을 기소할 경우, 리비 비서실장이 올가미를 쓰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로브 차장과 리비 비서실장이 모두 기소되는 최악의 경우엔 백악관 참모들의 전반적 공모 여부가 초점으로 떠오르면서 부시 대통령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모두 기소되더라도 한 사람은 비밀누설 혐의를, 다른 사람은 위증, 사법방해 등의 부차적 혐의를 받게 되는 조합도 거론된다. 미 언론들은 특별검사가 로브 차장에게 위증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존 하나 부통령 측근, 캐서린 마틴 전 부통령 홍보고문, 제니퍼 밀러와이즈 전 부통령 대변인, 스트븐 해들리 당시 안보부보좌관 등에게 비밀누설 혐의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피츠제랄드 특검이 반드시 제물을 올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수사가 종결된 뒤에는 부시 정부의 정보조작 혐의에 대한 논란, 특히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논쟁이 재점화해 본격적인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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