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이 지난 1일로 57주년을 맞았다. 다소 지난 이야기지만 이날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중추 기관의 문제에 관한 것이기에 지났다고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은 55년 전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이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민족 통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국군의 날로 적절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해 10월 1일은 동족 상잔의 비극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을 국군의 날로 정하고 있는 것은 통일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군대의 정통성을 찾을 수 있는 날이 하필이면 10월 1일이라야 하는가? 정부 수립 후 국군의 날이 제정되기 전에는 각 군별로 기념일이 달랐다.
그러나 국군의 날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면서 결국 1956년 9월 21일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일체감을 조성하여 확고한 국방 태세를 다진다는 명분 아래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제정ㆍ공포했다.
하지만 남북 화해와 통일을 앞둔 현 시점에서 창군 기념일은 군사 대립적 성격을 가진 날이 아닌 군의 정통성 즉 ‘군맥(軍脈)’을 찾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 국군의 민족사적 정통성은 일제의 침략이라는 민족의 수난 속에서 항일 의병, 독립군, 광복군으로 자주독립정신의 맥락을 계승해 왔다. 이러한 의로운 정신적 전통과 피어린 민족 수호의 역사적 배경이 정부 수립과 함께 국군의 창설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국군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보여줄 수 있는 날로서 40년 9월 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국 중칭(重慶)에서 ‘한국 광복군 총사령부’를 발족했는데, 그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군맥이 일제 침략에 의해 단절되지 않았다는 민족사관을 천명하고 있다. 또 광복군은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되었다.
물론 광복에서 창군에 이르기 전, 미군정이라는 과도기 때문에 국군이 광복군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데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48년 5월 제헌국회의 ‘개회사’, 7월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헌법 전문’, 정부 수립 후 공문서 등에서 한결같이 대한민국은 임정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임정의 광복군 정통성도 국군에 당연히 이어져야 하며, ‘국군의 날’ 역시 현행 10월 1일보다 임정의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제정ㆍ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항래 전 숙명여대 교수ㆍ상균학회 학술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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