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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아이는 믿는 만큼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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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아이는 믿는 만큼 성취한다

입력
200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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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넌 ~하니까, 넌 ~ 때문에 꼭 망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셔서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될까봐 무섭다.”(여중 3학년)

“체육대회 있는 날 엄마 몰래 학원을 빠졌다가 그것이 들통나서 죽도록 혼나고 집 나가라고 해서 많이 실망했다. 내 기분을 알아주지 않는 부모가 원망스럽다.”(여중 2학년)

“아빠는 고집이 세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남을 자주 험담한다. 엄마는 쉽게 짜증을 내며 집안 청소를 잘 안 한다. 운전을 하다가 문제가 생겼는데 엄마가 길거리에서 욕지거리를 해대며 싸웠다. 정말 미웠다.”(남고 2학년)

위 사례에서 보듯 중·고등학생 자녀들은 부모의 ‘자녀 불신’, ‘강요와 통제’, ‘인격적 결함’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거나, 핀잔을 주고 구박할 때 자녀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받고 용기를 잃는다. 부정적인 평판을 자주 듣는 아이들은 ‘자기유능감(self-esteem)’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못난 점을 고민하여 열등감과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인가 그렇게 될 것으로 믿을 때 실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성취하고, 부모가 ‘못 믿는 만큼’ 실패한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 자녀에 대한 믿음이 약할수록 부모는 ‘통제와 간섭’을 양육과 교육의 수단으로 삼기 쉽다.

강요와 통제에 대한 실망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중학생이 되면 최고조에 이르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반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무제한의 자율권을 주는데 그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자율적인 인성은 기능의 습득과는 달라서 짧은 시간에 갑자기 체득되지 않는다. 이는 창의성이나 도덕성이 어느 날 문득 계발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고등학생 자녀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자율성의 건전한 발달을 방해한다.

사실 부모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관심과 사랑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를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며 강요한다고 느끼는 것은 부모의 의사소통 기술이 세련되지 못한 탓이 크다.

표정을 잔뜩 구기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혹은 ‘네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으니 결과가 나쁘게 나와서 자신감을 잃게 될까봐 걱정되는구나’하는 식으로 부모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면 도움이 된다.

부드럽게 얘기해서 아이가 듣지 않는다면, 강한 통제의 말도 신통한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당장은 움찔하여 들을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더 강한 통제수단을 써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녀 교육이 이런 방법으로 이루어져서야 되겠는가? 반항심이 지나쳐서 반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청소년들은 부모가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 통제하고 억압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는 나름의 가치관을 활발하게 정립해나가는 시기이다. 그들의 가치관은 늘 진화하고 성장한다. 이상과 순수를 지향하는 만큼 어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에 대한 비판적 사고도 두드러진다.

위선, 편견, 허세, 비양심, 폭력성, 완고함, 무능함 등 부모의 인격 결함에 대해 실망감을 가장 크게 피력하는 시기도 중학교 시절이다.

“아버지! 직장 좀 구하세요. 욕 좀 줄이세요. 성격 고쳐 주시길. 게으름뱅이보다는 열심히 노력하는 분이 되시길…….”(여중 3학년)

“아버지는 화가 나면 감정 제어를 못하신다. 술 담배를 많이 하고 가족들에게 기분 상하는 말을 자주 한다. 요 근래에는 아버지에게 말대꾸를 한 적이 있는데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나를 때렸다. 자신의 감정 제어도 못하고 손부터 나오는 아버지에게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남중 3학년)

부모가 자식의 못난 점을 꼬집어 비난하고 야단을 치는 것은 일종의 ‘자기 투사’이다.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주간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하여 야간을 다닌 어떤 여학생은 3년 내내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숨겨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학에 합격하던 날, 그 여학생과 어머니는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렸는데, 당시에 아버지가 알았다면 집안이 풍비박산 났을 거라는 말을 하면서 더욱 서럽게 울었다. 자녀가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자녀들의 공부를 채찍질하는 것 못지않게 부모들도 본받고 싶은 어른으로서 자녀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신규진ㆍ서울 경성고 상담전문교사ㆍ ‘가난하다고 실망하는 아이는 없다’ 저자, sir90@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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