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까지 검출되면서 김치 소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 포장김치를 사먹거나 아예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먹는 가정이 늘고 있는 반면 배추나 재료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식당이나 단체급식에서는 값싼 중국산 김치가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산김치보다 중국산이 더 잘 팔려요. 국산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중국산은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데 국산김치 사서 장사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김치를 트럭으로 떼어 식당 등에 판매하는 상인 이모(50)씨는 23일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오히려 중국산 김치를 찾는 곳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파동 이전 10㎏에 1만2,000원 선이던 중국산 김치의 도매가격은 최근 1만원 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당시 10㎏에 2만원 선이던 국산 김치는 2만 5,000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 씨는 “중국산 김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3배 가량이나 비싸게 국산 김치를 사서 쓰는 식당이 어디 많겠습니까”라며 “나한테 중국산 김치를 사가면서도 식당 문 앞에 버젓이 국산 김치만 쓴다고 써 붙여놓은 식당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촌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산 김치를 도매로 판매하는 ‘S푸드’의 경우 한달 전만해도 1주일에 1톤 가량 팔리던 중국산 김치가 최근엔 2배 가량 주문 물량이 늘었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의 수입물량은 지난달 처음으로 1만 4,000톤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들어 9월까지 수입된 물량은 총 8만 5,26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1% 늘었다. 이는 지난해 총 수입량(7만2,605톤)을 뛰어 넘은 것으로, 국민 1인 당 1.8㎏의 중국산 김치를 소비한 셈이다. 식당이나 단체급식 등에서 값싼 중국산 김치가 반찬으로 제공되면서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국산 김치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김치를 직접 담가먹거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김치를 사먹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따. 두산식품 종가집김치에 따르면 이 달 들어 전체 포장김치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0% 가량 늘었다. 풀무원이 최근 출시한 ‘천연양념김치’는 100% 천연 국산 재료만을 사용, 일반 김치보다 6~9% 가격이 비싼데도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15% 정도 늘었다.
백화점 반찬 매장의 매출도 크게 늘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반찬코너와 즉석식품 매출은 이 달 들어 전달에 비해 40% 신장했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매장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파는 김치전문매장 ‘오가팜’의 매출은 전달에 비해 15% 가량 늘었다.
중국산 김치 파동의 피해는 애꿎은 국내 중소김치제조업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 중소 김치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할인점 등으로 몰리면서 유명 브랜드 김치가 아니면 모두 불신하고 있다”면서 “판로를 뚫기 힘든 우리 같은 회사는 이래 저래 죽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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