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뿐 아니라,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한 여러 나라를 방문해 힘을 합치는 문제를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1인 시위를 벌인 끝에 미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평화 어머니’ 신디 시한(46)씨가 ‘국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우선 24일(현지시간) 다시 워싱턴을 찾는다. 9월말 워싱턴에서 모인 20여 만 명의 반전 시위대 가운데 단연 주목 받았던 그가 한달여만에 돌아온 것은 이라크전 미군 전사자가 2,000명에 이르는 시점에 맞춰 반전의 불길을 다시 지피기 위해서다. 집회준비에 한창 바쁜 시한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것이다. 그들을 가족의 품으로 데려 와야 한다. 왜 이 명분 없는 전쟁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계속 숨져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지고 싶었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평화다. 미군 뿐만 아니라 한국군을 포함한 모든 군대가 이라크를 떠나고 이라크의 운명은 이라크인들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반전운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전쟁터에 자식을 보낸 어머니들의 마음은 모두 같다.”
-반전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확보하기 위한 계획은.
“앞으로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 주요국인 영국, 이탈리아 등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곳의 단체, 운동가들과 공통의 목표에 대해 논의를 가질 것이다. 아직 한국을 방문할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는 않다.”
-반전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에서 조국수호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고귀한 목표를 위해 희생당했다는 점을 반전 운동가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 정부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속은 것이다. 이라크전이 정당성이 없다는 증거가 속속 드라나고 있다. 내 아들은 숭고한 목표를 위해 희생당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헛되이 빼앗긴 것이다.”
-반전운동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
“정부의 태도가 우리를 가장 힘들고 어렵게 한다. 특히 정부는 지금도 여전히 거짓말을 계속 하고 있다.”
-아들 전사후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아는 바 대로 나는 이혼을 했다. 반전운동 활동에 때문에 이혼한 것은 아니고 아들의 죽음이 가져 온 충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 운동을 계속하는 한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또 그렇게 기원할 것이다.”
시한 씨는 2004년 4월 아들 케이시 시한 상병이 이라크 사드르 시티에서 전사한 뒤 반전운동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평화를 위한 이라크 전사자 가족’이라는 단체에 공동 설립자로 참여했고 반전 집회 참석을 위해 미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쉬지 않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민주ㆍ뉴욕)을 만났으나 그가 미군 철수에 동의하지 않자 ‘힐러리는 전쟁광’이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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