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현ㆍ전직 퍼스트레이디가 ‘제2의 에비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3) 여사와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의 부인 일다 곤살레스(59) 여사가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연방 상원의원 직을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두 퍼스트 레이디는 대통령의 내조 역할에 머물지 않고 남편 못지 않은 정치 경력을 쌓아온 유력 정치인이다. 두 여인의 맞대결은 2007년 차기 대선에서 대권 경쟁을 펼칠 남편을 위한 전초전 성격까지 띠고 있어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퍼스트 레이디인 페르난데스가 곤살레스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원 의석의 3분의 1(24석)과 하원의 절반(127석)을 갈아치우는 이번 선거에서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 3,800만 명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지역구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모두 3명의 상원의원을 뽑기 때문에 곤살레스도 무난한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두 퍼스트 레이디의 성적에 따라 집권 페론당의 양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두알데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달라질 전망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고향 산타크루스의 2선 상원의원인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의 힐러리’를 자처하고 나섰다. 화려한 외모와 열정적인 연설로 대중을 휘어잡는 페르난데스에게는 에바 페론을 능가하려는 정치적 야망이 있다고 한다.
경쟁 후보였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의 중도 사퇴로 가까스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쥔 키르치네르가 아내의 총선 승리라는 후광을 입고 정국 장악력을 강화하고 재선을 향한 길도 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페르난데스도 이번 선거에서 실업률을 15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린 남편의 치적을 부각하고 있다.
‘치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곤살레스는 스스로를 에바 페론의 적통으로 이미지메이킹하고 있다. 곤살레스는 두알데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사회개발장관을 역임했으며 당내에서 주로 빈민구호운동을 맡아왔다. 페로니즘을 사수하는 투사로 스스로를 묘사하면서 페르난데스와 달리 페론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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