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장난감 상자 하나를 손에 꼭 쥔 영철이는 벽에 걸린 시계만 자꾸 보면서 "아빠는 언제 오세요?"라고 또 묻는다. 벌써 한 시간째 그러고 있다. "딩∼동" "아빠다." 영철이는 환호성을 지르면 현관 앞으로 달려간다.
오늘따라 영철이는 왜 그렇게 아빠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마도 대 여섯 살쯤 되는 남자아이를 기르고 있는 어머님들은 이미 짐작하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철이 손에 든 것은 다름 아닌 미니 자동차 조립상자였던 것이다.
영철이는 왜 엄마랑 노는 시간에 장난감 조립을 하지 않고 아빠가 퇴근해서 오실 때만 기다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전에 엄마랑 자동차 조립을 하다가 여러 번 실패해서 작동이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영철이 엄마는 휴대폰을 새로 살 때 반드시 그 전에 사용하던 회사의 제품을 산다. 낯선 곳에 가려면 길을 몰라 운전하기를 꺼려하고 전자제품을 새로 사면 사용안내 책자는 반드시 씽크대 맨 아래 서랍에 차곡차곡 잘 보관해둔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설명문 읽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장난감 조립을 할 때나 새로운 휴대폰 기능을 익히는 것이나 전자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는 등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설명하는 글읽기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귀찮게 여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설명문이란 어떤 사실이나, 사물, 현상 등에 대해 읽는 사람이 잘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쓴 글이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글이라 하더라도 자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설명문 읽기에 약하다. 그러다 보면 설명문 읽기를 꺼리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설명문 쓰기에도 자신이 없을 수밖에 없다.
설명문 읽기는 어린 시절에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에는 온통 설명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발견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수퍼마켓에 가면 일상 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이 있고 그 제품들의 포장지에는 반드시 제품과 관련된 정보들이 표기되어 있다.
약국에 가도 마찬가지이고 각종 공구나, 전자제품에도 모두 설명 자료들이 표기되어 있다. 우리는 이런 제품들을 사다가 내용물만 꺼내고 설명서는 그냥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습관으로 인해 제품에 대한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유익한 정보를 찾는 방법을 잘 가르쳐 주고 싶다면 가까운 수퍼마켓을 잘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직접 제품을 골라보게 하자. 여러 회사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경우 포장지에 적힌 자료를 읽고 가격, 용량, 주요 성분, 생산 방법, 그 제품만의 특성, 제조된 날짜, 유통기한 등을 비교해 본 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골라오게 하는 것이다.
쇼핑이 지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품을 고르는 안목도 커질 수 있고 어릴 때부터 바른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킬 수 있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설명문 읽기, 이보다 좋은 교육이 어디 있을까?
엄마들이여, 설명문 읽기 겁내지 말고 자녀와 함께 시도해 보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에는 자녀들과 함께 수퍼마켓에 가서 라면을 골라 와 자녀와 함께 끓여 보면 어떨까? 물론 라면 봉지에 적힌 정보를 최대한 이용해서. 직접 시도해보면 왜 라면 끓이기를 권하는지 눈치채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글읽기의 재미를 경험하며 자란 이이들이라면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도 즐기게 될 것이고, 지도나 도표 등을 읽고 정보를 읽어내는 힘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정미선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독서지도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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