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4년제 대학을 준비하는 일종의 예비대학)에 다니며 내년 미 사립대 진학을 준비 중인 김모(23)씨는 얼마 전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12월에 있을 토플(TOEFL)을 치르기 위해서다.
김씨는 “지난달 말 시험유형이 바뀌면서 미국에서 토플을 치를 자신감이 없어졌다”며 “한국은 아직 그대로여서 시험을 보러 귀국하겠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9월24일 미국을 필두로 새로운 유형의 토플이 시작되면서 국내ㆍ외 한국 학생들이 당황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응시하는 차세대 토플 IBT(Internet_Based Testing)는 말하기(Speaking)가 추가된 것이 가장 큰 특징. 한국 학생들의 취약점이던 말하기에 더해 읽기 듣기 말하기를 연결하는 혼합형 문제도 출제된다.
미국 국제영어교육평가원(ETS)은 세계 각국을 6개 군(群)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IBT를 도입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은 가장 마지막인 2006년 5월부터 새 시험을 치른다.
토플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미국에서 시험을 치른 후 “2년간 미국 생활을 했는데도 긴장을 해서 그런지 무척 당황했다” “말하기 훈련이 안되면 힘들 것 같다” 등 곤혹스러운 후기가 올라왔다. 이 같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속속 한국에서 토플을 보기 위해 귀국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토플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유학준비생들도 어려움에 빠졌다. 2006년 8월 입학을 목표로 미 대학에 지원하려면 12월에서 늦어도 내년 1월초까지는 점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원정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토플 신청이 폭주, 대기기간이 크게 늘어났다.
내년 8월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손재선(27ㆍ고려대 대학원)씨는 “올해 시험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 접수하지 못했다”며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 대학에 성적을 일찍 제출할수록 유리한데 접수를 못해 큰일”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토플을 주관하는 한미교육위원단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위원단 관계자는 “응시자가 몰려 평일에는 2회에서 3회로 횟수를 늘렸고 토요일 시험도 신설해 오전 오후에 각 1회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