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부터 10여년 동안 북파공작원 부대를 지휘한 예비역 육군대령 김동석(82)씨가 당시의 첩보활동을 상세히 기록한 회고록(사진)을 발간했다.
김씨는 23일 발간한 회고록 ‘This man 전쟁영웅 김동석’(저자 이선호ㆍ주정연)에서 1954년 김일성을 생포하기 위해 적진에 투입된 사실 등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파공작의 실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북파공작원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원칙이 있으나 영화 ‘실미도’가 개봉돼 국민들이 북파공작원의 존재를 알게 됐고, 국회에서도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회고록을 쓰게 됐다”고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정전 직후인 1954년 2월 강원 통천 적진에 침투해 김일성 생포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대신 인민군 사단장을 귀순케 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씨는 또 “박정희와 정일권이 일본군으로 만주에 근무하다 무장해제 당한 다음 귀국을 서두르다 (1945년 10월) 일본 육사 교육을 받은 ‘친일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소련군에 체포됐다”며 박 전 대통령과 얽힌 비화를 소개했다. 이송 도중 두 사람은 화물기차에서 뛰어내려 인근 산 속으로 도주했고 당시 조선애국의용대 대장이던 김씨가 이들을 도와 안전하게 남한으로 가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육사 8기인 김씨는 한국전쟁 당시에는 첩보장교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 과정에서 결정적인 첩보를 수집했다. 정보를 접한 맥아더 장군은 김씨의 사진을 가리키며 “정보제공자가 이 사람(This man)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회고록의 제목은 거기서 비롯됐다.
김씨는 이후 61년 5ㆍ16 쿠데타 전까지 육군첩보부대(HID) 제36지구대를 지휘하며 대북침투공작을 수행했다. 그는 “36지구대는 휴전 전 동해 주요 지역에서 기상 조건에 따라 월 2, 3회 침투공작을 했다”면서 “휴전 후에는 강원 일대에 주둔하며 북파공작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61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후 강릉시장 수원시장 함경북도지사 등 행정가의 길을 걸으면서 잊혀졌던 김씨의 무용담은 2002년 5월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된다. 2사단은 한국전쟁 중 김씨의 첩보활동 공로를 기려 사단 박물관에 ‘김동석 영웅실’을 설치하고 맥아더 리지웨이 백선엽씨와 함께 김씨를 ‘한국전쟁 4대 영웅’으로 선정했다. 중견가수 진미령(본명 김미령)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씨는 딸이 화교라는 이야기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북파공작원은 부대 특성상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제대로 보상받지 못 하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관련법이 통과된 만큼 북파공작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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