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20일 ‘문화 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보호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함에 따라 한국의 스크린쿼터제가 국제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유네스코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154개국 대표가 참석한 총회를 열어 찬성 148, 반대 2, 기권4로 협약을 통과했다. 예상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표를 던졌고 호주 등이 기권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우려, 신중하게 대처해왔으나 17일 문화분과위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등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협약 채택을 반대해온 미국은 협약 통과 후 국무부 성명을 발표, “새 협약은 문화적 다양성 보호 기치 아래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려는 일부 국가들의 노력을 반영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각국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약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자유화 진전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 데 남용될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9년의 참여거부 끝에 2003년 유네스코에 복귀한 미국은 다시 문화 부문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맞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의 보수파는 이번 표결을 유엔에 반미 성향이 있음을 확인하는 새 증거로 받아들일 전망이다.
협약은 각국의 문화 표현이 위협을 받거나 취약한 상황에 있을 경우 자국 내에서 문화 다양성 증진을위한 규제 조치를 취하거나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 예술가와 문화 상품 서비스에 대한 특별 대우, 문화다양성 국제기금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규정했다.
쟁점 중 하나였던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국제협약의 의무를 이행할 때 문화 다양성 협약을 반드시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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