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북한이 20일 담화를 통해 현대와의 대북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북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담화 내용을 보면 대북사업을 완전히 깨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하루빨리 남북경협사업이 정상화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하루 600명으로 줄어든 금강산 관광은 물론 현재 추진중인 백두산 및 개성관광이 모두 중단되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대 관계자는 “북한의 담화엔 양측 갈등의 원인이 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복귀시키라는 요구는 구체적으로 없었다”며 “결국 김 전 부회장을 빌미 삼아 현대와의 대북사업을 중단한 뒤 다른 기업과 사업을 시작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찾으려는 노림 수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담화에는 ‘우리(북한)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다른 국내 기업에도 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는 북한측이 ‘7개 경협합의서에 대해 합의 주체가 다 없어진 조건에서 이에 구속될 이유마저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북한이 개별 기업의 인사를 문제 삼아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는 입장이다.
현대 관계자는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김 전 부회장의 복귀는 있을 수 없으며 7대 합의서와 관련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까지 가는 조정 방법도 있다”고 밝혀 북한이 현대와의 사업을 중단할 경우 합의서에 명시된 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그룹 내부에선 북한 담화가 현재 중국 칭다오(靑島)에 머물고 있는 김 전 부회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21일은 현정은 회장의 취임 2주년이고, 22일은 김 전 부회장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날”이라며 “이를 앞두고 북한이 담화를 발표한 것은 김 전 부회장이 중국에서 북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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